PEF 규제 법안에 '일반 주식형 펀드 운용사' 된서리
입력 25.09.15 07:00
"홈플 사태 재발 막자"…PEF 규제 법안 4건 발의
“PEF 사고 터졌다고 주식형까지 규제는 과도”
레버리지 축소는 영향 미미…정보 공개가 더 큰 부담
  • 최근 국회에 발의된 사모펀드(PEF) 규제 법안이 사모펀드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로 설계되면서, 의도치 않게 일반 주식형 펀드 운용사들까지 규제 범위에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기관전용이 아닌 일반 사모펀드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회 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들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PEF를 규제하는 법안은 총 4건 발의됐다. 대표 발의자로는 민병덕·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해당 법안들은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연달아 등장했다.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다. 정치권은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를 추진한 것을 두고 ‘먹튀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재발 방지법을 내놓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PEF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그는 "PEF 제도가 한 20년 정도 됐다"며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공과를 따져 보고 글로벌 정합성에 비춰 개선할 부분들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차입인수(LBO) 한도 축소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이후 보유·의결권 제한 ▲정보 공개 및 보고 의무 확대 ▲외부 감사 의무 강화 ▲내부거래 규율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안의 적용 범위다. 겉보기에는 PEF 중심 규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모펀드를 통틀어 적용하는 구조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범위에 따라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분류한다. 일반 사모펀드는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에서 모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반면,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연기금과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한다.

    한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사 대표는 “우리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하거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데, PEF에서 사고가 터졌다고 갑자기 공시를 강화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PEF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예고한 레버리지 캡 축소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크다. 일부 발의안들은 PEF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 주식형 펀드는 차입 한도 200%를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용사들이 더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정보 공개, 보고·감사 의무 확대다. 자산운용보고서, 영업보고서, 회계감사 등 공시·보고 체계를 적용하고, 분기마다 정보 제공을 명문화했다. 이는 단순한 현황 보고 차원을 넘어 포트폴리오 구성과 리스크 관리 방식까지 외부에 공개하는 결과를 낳는다. 운용 전략이 노출될 경우 경쟁사 추종이나 역이용 가능성까지 생길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 운용사는 레버리지를 그렇게 많이 안 쓰기 때문에 (차입한도 축소 조항은)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종목 선별과 운용 전략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라는 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감사 의무 확대 역시 부담이다. 기존에는 운용사 자체의 감사만 거치면 됐지만, 앞으로는 펀드별 감사까지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운용 비용이 늘어나며, 운용 보수 대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사일수록 감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보수 및 성과보수 공개 의무도 인력 관리 리스크를 키운다. 운용사 관계자는 “핵심 인력의 성과보수 구조가 외부에 드러나면 스카우트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PEF 제도의 신뢰 회복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 대상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가 비상장 지분을 중심으로 레버리지와 복잡한 구조를 활용해 투자를 집행하는 반면, 주식형 펀드는 상장주식 위주로 비교적 투명하게 운용된다”며 “규제 목적에 맞게 펀드 유형별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