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선거, 3파전 구도…서유석 회장 공정성 논란 변수로
입력 25.11.20 07:00
현직 프리미엄·정보 비대칭 논란 속 3파전 확정
출범 후 첫 연임 도전…정당성·공정성 검증대 올라
증권사·운용사 업권별 이해관계 맞물린 판세
협회비 가중치 중심 차등투표제에 표심 향방 주목
  •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3파전 구도로 확정됐다. 서유석 현 회장이 고심 끝에 연임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판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서유석 대 황성엽' 양강 구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직 회장의 가세로 선거전은 더욱 복잡해졌지만, 동시에 '연임의 정당성'과 '공정성 논란'이라는 새로운 리스크도 불거졌다.

    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19일 오전 7대 협회장 후보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지원자는 ▲서유석 현 회장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 총 3명이다. 표면적으로는 3자 구도이지만, 업권별 이해관계가 뚜렷한 직선제 구조를 고려하면 각 후보가 어떤 업권의 표심을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금투협회장 선거는 일반적인 1사 1표 방식이 아니다. 유효 투표 비중의 30%만 '1사 1표'로 배정되고, 나머지 70%는 회원사들이 납부하는 협회비(분담금) 규모에 따라 가중치가 주어진다. 대형 증권사나 협회비 규모가 큰 회사의 표가 상대적으로 무겁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선거에서도 실제 '표 쏠림'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직 회장이 출마할 경우 '정보 비대칭'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협회 내부 현안·회원사 동향·분담률 구조 등 선거에서 핵심이 되는 정보들이 현직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제공될 수밖에 없다. 서 회장의 장고 역시 이 같은 '현직 프리미엄'에 대한 여론의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서 회장은 출마 선언 당시 이러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협회 업무와 선거 활동을 분리하겠다"라며 별도 공간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마 간담회 일정이 협회 출입기자단을 통해 공지됐다는 점에서 출마 시작부터 공정성 논란에 직면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조직·자원·접근성 측면에서 현직 회장의 우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 회장의 지난 3년 임기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시장 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주요 현안에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다만 업계가 더 주목하는 대목은 성과 평가보다는 '연임 시도 자체'다. 금투협회장 직은 출범 이후 단임 관례가 유지돼왔다는 점에서, 연임 도전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1963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으로 38년 경력의 정통 신영맨이다. 자산운용·IB·경영지원·WM 등 증권업 전반을 두루 경험해 '증권사 대표 후보'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서 회장과 이현승 전 대표가 모두 운용사 출신인만큼, 유일한 증권사 출신 후보로서의 메리트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특히 신영증권이 회사 차원에서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 등 이른바 '82학번 라인'의 심정적인 지지도 받고 있을 거라는 게 증권가 안팎의 관측이다.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는 운용업계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다. 최근 ETF·대체투자 확대 등 운용업계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업권 대표성을 앞세운 전략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표심 비중 구조상 운용사 표가 협회비 가중치 측면에서 절대다수는 아니기 때문에, '운용업계 결집'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인물 경쟁을 넘어 '협회 대표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업권 간 이해관계가 갈리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가 표심을 설득할 명분을 내세우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안이 많은 시기인 만큼, 업계에서는 단순한 인기투표보다는 정책·조정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 기반 표심을 중심으로 보면 황성엽 대표가 이현승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서유석 현 회장이 출마하면서 전체 구도가 한 단계 더 복잡해졌다"라며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공정성 논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전반에 '인적 쇄신' 기류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새로운 협회장을 선호하는 기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만큼 정책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금투협 회장 후추위는 내달 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열리는 총회에서 회원사 투표를 통해 최종 회장 선출이 이뤄진다. 새 회장의 임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