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입김 거세지는 홈플러스…매각은 여전히 시계제로
입력 25.09.22 07:00
고용노동부 장관, 노조 농성장 방문 이어
민주당, 당 차원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 TF 발족
19일 TF 간담회 개최, "홈플러스 폐점 유보"
  •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원매자를 찾는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홈플러스의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데 일부 점포에 대한 폐점을 시사하며 고용 문제까지 불거진 탓이다.

    지난달 홈플러스는 유동성 압박을 이유로 긴급 생존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15개 점포의 폐점을 발표했다. 당초 5개 점포는 오는 11월, 10개 점포는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폐점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이 심화하며 홈플러스는 15곳 모두 연내 문을 닫는다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폐점에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와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노조 농성장에 방문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노동부도 주무 부처로서 책임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남부지청 등에 홈플러스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TF'를 발족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을지로위원회 산하의 '홈플러스 대책 TF'를 통해 사태 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며 고용 이슈가 커지자 당 차원의 대응 기구로 확대했다.

    앞서 범여권을 중심으로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정감사 시즌이 돌입하기 전인 이달 중 'MBK 청문회'를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여야간 합의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추석 전 청문회 개최는 어려워졌다는 평이다. 

    여야합의를 통한 대응이 어려워지자 여당이 자체적으로 발족한 TF의 행보가 주목받는 모습이다.

    한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청산할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 받을 규모는 2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회생절차 이후 홈플러스가 보증금으로 묶여있는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등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책적으로 경영 정상화에 도움줄 수 있을지 살피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TF는 19일 홈플러스 강서점에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병기 원내대표와 유동수 홈플러스 TF 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는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홈플러스 폐점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는데, MBK가 계획했던 15개 점포 폐점 계획은 당분간 유보하게 됐다. 

    비공개 간담회 직후 김 원내대표는 "매수자가 결정될 때까지 15개 점포를 폐점하지 않기로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남근 의원은 "(MBK 측이) 매수협상자와 협상 중으로, 폐점 여부는 향후 매수인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오는 11월 10일까지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미룬 상태다. 이에 그 전까지 인수의향자와의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홈플러스에 대한 높은 주목도가 오히려 매각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한 회생·도산 전문가는 "현재 홈플러스가 정치권의 조명을 받고 있는데, 언급이 계속 이어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조용한 것이 매각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의 큰 몸집이 매각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만큼, 분리매각이나 폐점 등을 통해 경량화해야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이는 현 정부의 노동친화정책과 결이 맞지 않는 방법이라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정부에서 주도해야하는 거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 잠재 인수후보자로 거론한 농협과 산업은행 등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도 산업은행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여부는 아직 논의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 전 M&A의 인수의향자를 찾는 과정이 더디게 흘러가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운 회생법원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공개매각 또는 분리매각으로의 선회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방식을 전환하더라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회생·도산 전문 변호사는 "분리매각으로 진행하면 필연적으로 선별적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선별 과정부터 잡음이 일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