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 현대차그룹의 최대 난제였던 미국발(發)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라졌다. 내년부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지키는데 주력하고,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수익성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룹이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기엔 여전히 대내외 변수가 산적해 있는 상황. 이를 고려해 올해 인사의 키워드는 '변화와 쇄신' 보단 조직의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엔비이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에 현대차그룹이 한발짝 더 깊이 내딛었단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 등 미래차 생태계를 지향하는 그룹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인력과 조직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단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1월 둘째주 중 최고경영진 인사를 단행한다. 현대차그룹의 정기 인사는 통상 11월 말에 이뤄졌는데, 주요 그룹사들이 인사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추세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성적은 한 마디로 '최악은 피했다'로 요약된다. 미국 관세가 15%로 확정됐지만, 과거 한미 FTA로 사실상 무관세를 적용받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수개월간 이어진 25% 수준의 관세보단 낮아졌단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하지만, 이제부턴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완성차 제조 국가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됐다.
불가항력적인 대외 변수를 걷어내면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올 3분기까지 현대차·기아의 합산매출액(225조4691억)은 전년 동기(208조9080억원)와 비교해 약 8% 증가했고, 차량 판매 역시 10만대가량 늘었다. 불과 2년전 초호황기에 10%가 넘던 영업이익률은 약 2.7%포인트 떨어졌다. 경쟁사인 토요타와 폭스바겐도 유사한 영업이익 하락폭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관세 이슈가 일단락됐고 일명 '깐부 회동' 이벤트가 한 몫 했다. 만년 저평가주로 치부되던 현대차 내부적으론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다양한 변수가 산적해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결코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가 가장 엄격한 그룹 중 하나였다. 올 한해 성적표를 살펴보면 사실 신상도, 징벌적 인사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선 지난해 장재훈 부회장의 승진, 호세무뇨스(Jose Munoz) 현대차 대표이사 선임 등 대대적인 거버넌스 정비가 이뤄졌기 때문에 연이어 대규모 인사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
지난해엔 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였던 기획조정실도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기존 기획조정 1~3실장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장 부회장은 기획조정업무까지 총괄하며 사실상 2인자로 자리매김했는데, 기획과 전략 분야에서 신성(新星)이 등장하긴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신사업을 주도한 인사들의 주목도는 이미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사업 전선을 펼치기보단 자율주행·전기차·수소연료차 등 미래 완성차 분야에 집중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한 현대차는 이를 차량 AI,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세부적인 계획이 수면위로 나타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되지만,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해 그룹의 생태계를 전환한다는 구상은 유효하다.
이 과정에선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미래차 생태계를 담당하는 인력들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룹 자율주행 기술은 양희원 사장이 이끄는 연구개발(R&D)본부, 송창현 사장이 이끄는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가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 R&D 조직을 양산차 위주인 R&본부와 AVP본부로 이원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연구개발 부문을 양희원·송창현 사장 투톱 체제로 변화시켰다.
내연기관 연구개발 분야에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양 사장은 완성차의 설계와 제품통합개발 등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현대차에 합류해 사장직에 오른 송 사장은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에 중점을 둔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R&D 부문을 분할하면서도 원팀 전략을 강조했는데, 이 같은 체제가 계속 유지될진 미지수다. AI를 기반으로 한 그룹 생태계의 변화과정에서 어떤 인사와 조직에 무게추가 실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역시 로봇이다. 그룹은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로봇 사업을 본격화했고, 내부적으론 로보틱스랩(현동진 상무)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 사업은 이번 GPU 확보를 통해 보다 구체화할 전망인데 인력과 조직의 위상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현대차뿐만 아니라 산업용 로봇 기술을 가진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로봇통합관제 시스템 사업을 전개하는 현대오토에버 등에서 관련 분야 핵심 인력들이 약진할지도 지켜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재무통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는 기조가 강했다. 현재는 그룹 차원의 수익성 방어가 시급하고 중장기적으론 대규모 투자를 대비한 백기사 또는 자문역할을 맡을 파트너가 필요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연말·연초 진행될 임원 인사에선 재무라인의 인사 이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美 관세 변수 제외하면 실적 선방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판매와 주가는 고공행진
신상필벌 엄격한 현대차, 올해는 무색무취 전망
엔비디아 GPU 활용할 조직은 어디?
결국 자율주행과 로봇 인력들 주목도 높아질 듯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판매와 주가는 고공행진
신상필벌 엄격한 현대차, 올해는 무색무취 전망
엔비디아 GPU 활용할 조직은 어디?
결국 자율주행과 로봇 인력들 주목도 높아질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