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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운용을 위한 전담 조직 ‘국민성장펀드부문’을 신설하고 핵심 인사를 속속 배치하고 있다. 다음 달 공식 출범 전까지 부행장급 부문장 인사가 단행될 예정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펀드 출자금 수혜를 노리는 운용사들은 물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영광이자 부담”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최근 총괄사무국·대출운용국·투자운용국·심사지원국 등 4개 핵심 조직을 구성했다. 김정구 총괄사무국장 , 강봉구 대출운용국장, 이윤진 투자운용국장, 배철호 심사지원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인프라금융팀장과 직접투자팀장은 외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인프라팀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직접투자팀은 스케일업·상장 전 지분투자 등 메가프로젝트 발굴 역할을 맡는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장 및 팀장급 인사 발령이 났다"라며 "부행장과 외부인사 영입은 진행 중인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부문장은 부행장급으로, 향후 산은 내에서 수석부행장급 영향력을 가질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산은 정책자금 운용의 중심축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원회 주도로 ‘국민성장펀드지원단’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산업부·중기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해 정책 방향을 조율하고, 산업은행 및 민간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담당한다. 하마평에는 최만식 중부지역본부장과 김사남 벤처금융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의 명운도 국민성장펀드에 달렸다. 박 회장은 국감에서 "150조 국민성장펀드 성공 최선 다하겠다"라며 "강력한 정책금융 역할에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PEF와 VC 업계는 일찌감치 인사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운용사 펀드를 키우기 위해선 필수 자금”이라며 “산업은행과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내부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 등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이 높고, 커리어 측면에서도 긍정적 기대가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5년차 실무자들이 평판 좋은 상급자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조직 발령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거대 자금 운용의 ‘그림자’도 적지 않다.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산은 벤처투자 담당 팀장이 투자 회수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외압 방지 장치와 투자 성과에 대한 ‘면책조항’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나 내부 감사에서 성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라면 적극적 투자는 불가능하다”며 “정책펀드의 본래 목적을 살리려면 일정한 면책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성장펀드부문은 '정책금융의 실험대’이자 ‘감사 리스크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산업은행은 성과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잡는 동시에,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외압 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게 투자를 집행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 선임될 부행장의 중요한 역할도 외압이나 과도한 책임으로부터 조직을 지키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50조원대 국가 프로젝트의 핵심 축
부행장에 최만식·김사남 등 거론
“면책 없인 독이 든 성배” 우려도
박상진 산은 회장 "성공에 최선 다하겠다"
부행장에 최만식·김사남 등 거론
“면책 없인 독이 든 성배” 우려도
박상진 산은 회장 "성공에 최선 다하겠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