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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으로 간편결제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결합한 초대형 플레이어가 탄생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이 결합을 규율할 제도가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합병 심사에서도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어서, 최종 판단의 무게추는 공정거래위원회로 쏠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 1위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27일 합병을 공식화했다. 거래 규모는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며, ‘핀테크-가상자산 융합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대형 딜이다. 양사는 ▲신용정보법상 대주주 변경 승인 ▲증권신고서 제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등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통상 대주주 변경 승인은 예금자 보호·내부통제·건전성 점검이 핵심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업은 예금·보험 등 금융자산을 다루는 금융업으로 인정되지 않아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관련법은 산업 육성 성격이 강하고 규제 근거는 미흡하다”며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으로 편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볼 수 있는 부분도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실질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는 영역은 증권신고서 심사다. 양사는 두나무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 2.54주와 교환하는 비율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합병 신주 발행 과정에서 형식적 요건뿐 아니라 합병비율 산정 근거·네이버 주주 권익 보호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합병 당사자인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모두 비상장사이고, 합병비율도 이미 공개된 상황이라 금감원이 문제를 삼을 여지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가 상장사 임을 고려해 소액주주 보호 여부는 점검하겠지만, 두 회사가 비상장사라는 구조적 특성상 심사 강도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합병의 성패는 공정위 심사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살펴볼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간편결제 시장’과 ‘가상자산 거래 시장’을 별개로 볼지, ‘디지털 금융·결제 플랫폼 시장’으로 새롭게 묶어 볼지가 결정적인 변수다. 더불어 네이버의 방대한 결제·쇼핑 데이터와 업비트의 거래 데이터가 결합할 경우 초대형 데이터 플랫폼이 탄생한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신용평가·투자상품 연계 등에서 시장지배력을 과도하게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또한 두나무는 특정 프로젝트·토큰에 투자하고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결제·유통 플랫폼과 결합될 경우 ‘거래소가 특정 토큰 생태계를 띄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금융당국보다 공정위가 살펴볼 쟁점이 훨씬 넓고 깊다. 이번 합병의 실질적 승인 권한이 공정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가장 답답한 이유는 규제의 근본 틀 자체가 가상자산 결합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 가상자산감독국·조사국을 신설했지만, 이 조직들이 활용할 법적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선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으며 ▲실명계좌·자금세탁방지 의무 외엔 직접 규율 수단이 부족하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이미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음에도 규제체계는 10~15년 전 금융플랫폼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가상자산을 금융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규제할 ‘가상자산위원회’ 신설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규제 당국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는 금융당국은 금융 중심 관점에 묶여 있고, 공정위는 경쟁 정책 중심이어서 가상자산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만큼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해당 논의가 활발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 금융만으로는 가상자산 산업을 감독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시장질서·소비자보호·이해상충을 독립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금융·가상자산 경계 무너졌지만
감독·심사 기준은 얘전 그대로
가상자산위원회 등 조직 필요성 부각
감독·심사 기준은 얘전 그대로
가상자산위원회 등 조직 필요성 부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28일 11: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