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24 부진에 네이버·토스 등판…1000억 들인 보험업계는 '씁쓸'
입력 25.12.03 07:00
취재노트
저조한 실손24 연계율에 플랫폼 동원
업계 "네이버·토스로 이용자 몰릴 것"
'소비자 보호' 명목 플랫폼 연계에 '한숨'
  • 네이버와 토스가 28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보험개발원이 출시한 플랫폼 '실손24'와 마찬가지로 가입 보험사 조회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지금까진 보험업계가 직접 개발한 실손24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했다. 실손24는 실손보험 청구전산화에 따라 보험개발원이 출시한 플랫폼이다. 앱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필요한 서류를 직접 발급하고 전송하는 과정 없이 병원 등에서 보험사로 바로 전송된다.

    금융당국이 네이버·토스로 해당 서비스를 확장한 건 실손24의 참여율이 저조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2만3102개 요양기관이 실손24에 연계됐다. 전체 요양기관의 22%에 그친다. 그나마 병원·보건소의 연계율이 55.2%로 높고, 의원·약국은 19.3%에 머물렀다.

    금융위는 지난 2024년 실손24 출범 후 연계율을 끌어올리고자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 등 관련 단체를 설득했고, EMR업체와도 꾸준히 협상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난항을 겪자 내놓은 게 소비자를 통해 관련 기관 및 업체를 설득하는 방안이다.

    실손24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대형 플랫폼의 힘을 빌렸다. 내년 2월까지 네이버와 토스를 통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개발원이 3000원의 포인트도 제공한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보다 많은 요양기관에 참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지켜보는 보험업계의 표정이 씁쓸하다. 업계는 실손24 시스템 개발·구축에 1000억원을 들였다. 연간 운영비로 100억원을 사용한다. 어렵게 마련한 플랫폼이 빠르게 성과를 보이지 않자 당국이 즉시 다른 플랫폼으로 손을 뻗었다는 점에서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상당히 무리해서 만들어 낸 플랫폼인데 결국 이용자는 네이버, 토스로 몰리게 됐다"며 "저조한 참여율이 실손24의 문제인지, 금융당국의 협상 능력 때문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작년에도 플랫폼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금융위는 작년 1월 11개 핀테크사와 함께 자동차·실손·펫보험 등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수수료율 책정을 두고 보험업계과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의 갈등이 이어졌고, 일부 보험사는 서비스 초반 불참하기도 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하소연이 나왔다.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고, 각종 정보 이용료 등이 발생해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처음 참여했던 9개 핀테크사 중 5곳이 1년 만에 중단했다.

    금융당국의 중재 속에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은 크지 않다. 보험사들이 다이렉트 채널 등 자사 온라인 판매망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고, 소비자로서도 플랫폼을 통했을 때 가격 이점 등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도 플랫폼도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라는 키워드를 꺼내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