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주식 매도 논란까지 번진 쿠팡 사태… 칼 끝은 결국 '김범석'으로
입력 25.12.03 16:38
김범석 의장 현안질의 불참…"고발도 검토"
화재 사태 등 "과거부터 회피 전략만" 비판
임원들 주식 매도 관련 '내부자거래' 논란도
만연한 유출 사고에 이커머스·금융사 긴장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임원 주식 매도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국회는 김범석 의장의 현안질의 불참을 문제 삼아 ‘고발 검토’를 언급하며 압박을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탈퇴 운동과 집단소송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보유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금융사와 경쟁사들도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3일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정무위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현안질의에서 “김범석 의장에게 정무위 참석을 요청했으나 불참했다”며 “위원장으로서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김범석 의장이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불참을 두고 정무위에서는 고발 의지까지 드러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범석 쿠팡 의장을 고발 의결해야 한다”며 “박대준 한국 쿠팡 대표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는데, 미국 쿠팡 Inc가 쿠팡의 의결권을 74.3% 보유했고 쿠팡 전체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김 의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박대준 쿠팡 대표에게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한국에 얼마나 체류하는지’를 질의하자, 박 대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올해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이후 아직까지 김 의장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그동안 김 의장은 위기 상황에서 직접 대응보다는 ‘회피’ 전략을 택해 왔다는 평가가 있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2020년 12월 쿠팡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어 2021년 6월 17일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국내 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당시 김 의장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찾는 등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시장에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은 계속됐다. 쿠팡 측은 사임일자가 화재 발생일인 17일 이전으로, 사임 등기 완료 후 공개 시점이 공교롭게도 화재 당일과 겹쳤을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국내 공식 직책 사임 자체가 그다음 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쿠팡의 전·현직 임원이 정보침해 사건 발생 이후 수십억 원대 보유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끌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자신이 보유한 쿠팡 Inc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29.0195달러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 금액은 약 218만6000달러(약 32억원)이다.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각 가치는 77만2000달러(약 11억원)다. 두 사람의 매도 시점은 쿠팡이 개인정보 침해 사고 인지 사실을 공개한 시점 이전이다. 회사가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 이전 거래이긴 하나, 민감한 시점에 발생한 핵심 임원의 주식 처분은 향후 ‘내부자 거래’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아난드 CFO는 SEC 신고서에서 매도에 대해 “연방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2024년 12월 8일 채택한 거래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주로 특정 납세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회사 내부자의 주식 거래에 관한 연방 규제를 준수해 비공개 중요 정보와 무관하게 1년 전 정해둔 일정·조건에 따라 자동 매각됐다는 의미다.

    한편 ‘쿠팡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경쟁 유통사와 금융사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서 결제 시 할인·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가입자가 최소 수백만 명으로 추정되면서, 탈취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쿠팡 관련 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카드는 ‘쿠팡와우카드’다. KB국민카드와 쿠팡이 2023년 출시한 상품으로, 지난 9월까지 200만명이 발급받았다. 만약 결제에 사용된 신용카드 번호와 CVC까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파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쿠팡은 결제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3일 정무위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질의에 “망 분리가 돼 있어서 결제 정보는 같이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쿠팡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쿠팡의 간편결제 자회사인 쿠팡페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해 결제 정보 유출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제카드 삭제’를 권고하는 등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G마켓에서는 모바일 상품권 무단 결제 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당국이 관련 긴급 현장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결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대형 이커머스와 간편결제 사업자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