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복상장 '명문화'하나… 세칙 개정 논의 착수
입력 25.12.11 16:03
유형 제각각인 중복상장, 판단 기준 정비하나
기존 가이드라인 한계 속 심사 불확실성 우려
규정 일률화 한계, 기상장 기업과의 형평성도 거론
  •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복상장 심사는 그동안 내부 기준과 질적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으나, 논란이 반복되면서 정의와 판단 요건을 규정에 담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는 세칙 개정 여부를 검토 중이며, 금융위원회 재가 절차를 거쳐 내년 1분기 결론이 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사 IB 실무진들 또한 실무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는 이미 중복상장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수렴해 왔다. 올해 초 논란이 확산된 이후에는 증권사 IPO 실무진과 간담회를 열어 ▲영업의 독립성 ▲경영의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심사 기준을 공유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중복상장 논쟁이 상법 개정안과 맞물리며 정책 이슈로 번지자, 내부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결국 중복상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의하는지가 될 것이란 평가다. 모회사가 사업부문을 물적·인적 분할해 상장하는 사례뿐 아니라,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상장하는 구조, 타 법인을 인수한 뒤 상장하는 방식 등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장이 돼 있는 기업과 신규 상장을 하려는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문제는 중복상장 범위가 정해진다 해도, '모회사 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규정으로 일률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는 점이다. 현물배당이나 현금배당 의무화 같은 기계적 기준을 설정해도 다양한 기업 구조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힘들고,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사례별로 크게 달라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가 거론된다.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우선배정하는 방식이 가장 직접적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으로 거래소 가이드라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그럼에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규정에 담아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거래소가 내부 심사 과정에서 사용해온 원칙을 일정 수준 문서화할 경우 기업과 주관사 모두 중복상장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어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아직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