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금감원 자금세탁방지(AML) 검사 받았다…'행장 직격' 구조 리스크 부상
입력 25.12.16 07:00
은행검사국 아닌 AML실 움직임…단순 점검 이상 성격 평
시중은행은 보고책임자 분리…농협만 준법감시인 겸직 구조
사고 나면 행장 직격…농협법·정관에 조직 분리 쉽지 않아
AML·지배구조 개선 속도…관련해 외부 컨설팅도 진행중
  • 농협은행이 최근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와 관련한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의 정기검사를 담당하는 은행검사2국이 아닌 자금세탁방지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검사가 단순한 연례 점검을 넘어 '테마 검사' 또는 리스크 집중 점검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검사로 농협은행의 지배구조와 책무구조도 또한 도마에 올랐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자금세탁보고책임자(MLRO)를 부행장·상무급 별도 임원으로 두고 준법감시인과 분리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손질해 왔지만, 농협은행은 현재 준법감시인이 AML 총괄까지 겸직하고 있다. 자금세탁 관련 문제가 책무구조도 위반으로 이어질 경우, 책임이 곧바로 행장에게까지 직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하반기 초에 걸쳐 금융감독원 자금세탁방지실로부터 AML 관련 검사를 받았다. 현재 현장검사 이후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검사 이유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사 강도가 가볍지 않았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는 특성상 위험 기반 접근(RBA)에 따라, 특정 사안이나 고객군에서 리스크 신호가 감지될 경우 정기검사와 별도로 테마 검사가 실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에도 농협은행의 특정 영업채널·상품군·거래 패턴과 관련된 리스크 요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농협은행의 조직 구조가 현행 AML 감독 흐름과 충돌 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금융정보법과 FIU 업무규정은 MLRO를 임원급으로 지정하도록 하면서도 준법감시인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FIU 해설서와 최근 지도·검사 흐름은 MLRO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에서는 두 직책을 분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이종훈 상무를 자금세탁방지본부장으로 선임하며 독립성을 강화했고, 신한은행도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본부'로 격상해 상무급 본부장을 두고 있다. 하나은행·우리은행 역시 준법·리스크 조직과 분리된 AML 전담 본부를 운영하며 책임 라인을 명확히 하고 있다. AML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 소재에 대한 구조적 '버퍼'도 갖췄다.

    반면 농협은행은 현재 이재홍 준법감시인(부행장)이 자금세탁보고책임자까지 겸직하고 있다. 준법과 AML 통제 기능이 한 임원에게 집중돼 있어, 자금세탁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이 분산되지 못하고 곧바로 행장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농협은행의 법적·지배구조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가 전액 출자한 특수은행으로, 농업협동조합법 및 정관에 따라 임원 정수와 직제가 상당 부분 고정돼 있다. 시중은행처럼 필요에 따라 부행장·전무급 직책을 자유롭게 신설할 수 없고, AML 전담 임원을 만들려면 정관 개정과 중앙회 승인이라는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AML 전담 임원을 두고 싶어도 법·정관 구조상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책무구조도 측면에서 본다면, 만약 사고가 터진다면 준법감시인이 곧 AML 책임자이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직선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를 계기로 농협은행 내부에서도 관련 정비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은행은 현재 한 외부 컨설팅사를 통해 AML·지배구조 체계를 점검받고 있으며, 내부 통제라인 분리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며,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