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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내년 글로벌 신용등급 회복을 목표로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적자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생산능력(CAPA)을 줄이고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화학 계열 전반의 실적 개선 카드를 묶어 글로벌 신용평가사 설득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가 돼 등급 방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무디스는 올해 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인 'Baa3'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우선 자회사인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비효율 CAPA를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이 담보되는 물량 중심으로 생산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판단이다.
SK온은 최근 포드와 합작한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인 블루오벌SK를 청산을 결정했다. 합작법인(JV) 지분을 정리하고 블루오벌SK가 보유한 CAPA 일부인 테네시 공장(45GWh)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분기말 기준 블루오벌SK의 자산은 약 20조5000억원으로 부채만 11조원에 달했다. 청산 작업이 완료되면 200%에 달하는 SK온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지아의 현대자동차 JV는 그대로 유지한다. 유럽 헝가리 코마롬 1·2공장은 마지막 비주력자산으로 평가받는데, 이를 중국 저장지리그룹 산하 지리자동차와의 JV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차와 협상을 거쳐 JV를 설립한 후, 코마롬 공장 지분을 매각해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당 안이 통과되면 SK온은 지리차향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번 CAPA 정리에는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강한 의지가 실렸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SK온 영업적자가 최대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를 명분 삼아 CAPA 감축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3월 예정된 S&P 신용등급 평정을 앞두고 있어, 올해 결산 실적과 재무지표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포드는 단독 운영하게 될 켄터키 공장을 인수하기 전 상각처리를 고려하고 있다. 상각비를 먼저 반영할 경우 양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안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연결기준 부채가 약 5조5000억원 줄어드는 효과 일부가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S CIC를 포함해 에너지 계열사 전반에서도 실적 보강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확인된다. 전방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맞춰 캡티브 물량 판가를 현실화하는 등 방식으로도 회복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울산 지역 석유화학 구조 개편 작업을 앞둔 SK지오센트릭 등 화학 부문 역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손익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을 전망이다.
경쟁사에 비해 수주 경험이 적어 걱정이 많았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서도 잇따라 성과가 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선 SK온이 현재 2건 이상의 북미 ESS 수주를 앞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수익성을 기대하긴 이른 단계이나, 전방 인공지능(AI)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쌓이고 있다. SK온은 가동을 앞둔 미국 현지 현대자동차그룹 합작법인(JV) 출범에 맞춰 ESS 수주와 라인 가동 계획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고정비 구조를 얼마나 확실히 낮췄는지, 그리고 ESS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실질적인 현금창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등급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배터리 부문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존 정유 및 E&S 사업의 펀더멘털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신용등급 회복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SK온 포드 JV 청산…비효율 CAPA 과감히 정리
내년 S&P 등급 평정 앞두고…재무지표 관리
E&S 등 에너지 실적 끌어올려 신평사 설득
내년 S&P 등급 평정 앞두고…재무지표 관리
E&S 등 에너지 실적 끌어올려 신평사 설득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