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7년차ㆍ3연임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사실상 '오너'?...사외이사로 참호 구축
입력 25.12.29 07:00
김기홍 회장 장기 재임 뒷받침한 이사회 구성
'우호' 삼양사부터 금감원 시절 인맥까지 포진
IMS 의혹 전북은행장 추천…자회사 인사도 입김
李 '참호 구축' 발언에 BNK 이어 검사 가능성도
  • 김기홍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J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문제의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0년 가까운 장기 집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온 이사회 구성이 결합되며 '사실상 오너와 다를 바 없는 권력 구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김기홍 회장의 발탁부터 연임까지, 그 배경으로 삼양사ㆍ금융감독원ㆍ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집단) 등 여러 인맥이 언급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연임을 두고 단순한 성과 평가를 넘어, 이사회·사외이사 구조가 연임을 제도적으로 방어하는 장치로 작동해 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등 금융사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신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며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10~20년 동안 해먹는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요새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라며 "무슨 은행에 행장을 뽑는데 누구는 나쁜 사람이다,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 등 엄청나게 쏟아진다"라고 덧붙였다.

  • JB금융 사외이사는 총 10명으로, 형식상으로는 이사회 추천 6명, 주주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주주 추천 이사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2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회사 측 인사로 분류된다는 평가다.

    얼라인이 주주행동을 통해 일정 부분 견제력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사회 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사회 구성이 외형상 다양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진과 궤를 같이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임원후보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제환 이사는 김 회장과 학연·지연은 없지만, 2009년 전북은행 사외이사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JB금융 내에서 입지를 넓혀온 시간과 이사회 핵심 인사의 재임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이번 3연임 국면에서 새로 선임된 김용환 사외이사는 이사회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김 이사는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금융권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김 회장과 김 이사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관료 선후배 사이다. 김기홍 회장이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김용환 이사가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지낸 바 있다. 김 이사는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김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게감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세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이사회 의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만큼, 김 이사의 합류는 이사회 방어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사외이사진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김용환 이사(옛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와 강창훈 이사(전 하나은행 부행장)는 각각 관료·대형 시중은행 출신으로, 김기홍 회장의 이력과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앞서 물러난 유관우 전 이사회 의장 역시 김 회장과 금융감독원에서 함께 근무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사회 핵심 요직을 김 회장과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맡아온 셈이다.

    삼양사 또한 김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삼양사가 추천한 김지섭 이사는, 여타 사외이사들과 달리 유일하게 3년 임기를 보장받고 있어 임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이러한 '이사회 참호 구축'을 통해 김 회장은 물론 주요 계열사 경영진까지 연임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는 김기홍 회장을 비롯해 성제환 사외이사, 김지섭 비상임이사 등 외부 추천 인사를 제외한 3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 김 회장의 3연임을 두고는 '맞춤형 내규 개정'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던 바 있다. 지난해 11월 JB금융은 CEO 연령 제한을 기존 '재임 중 만 70세 미만'에서 '선임 시 만 70세 미만'으로 변경했다. 이에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1957년생인 김 회장의 장기 집권을 위해 빗장을 풀어준 셈"이라며 반발했다. 

    타 지주사 회장의 연임에 엄격했던 금융당국이 JB금융의 사례에는 주주와 시장의 판단이라며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 당국의 이중잣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김기홍 회장과 금감원 사이의 '관계'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가와의 인맥을 김기홍 회장의 핵심 배경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홍 회장은 보험개발원 연구조정실장으로 일하다 1999년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눈에 띄어 금감원 부원장보로 발탁됐다. 이후 역시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시절 KB금융에 전격 합류,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과 지주회사설립 기획단장을 지냈다.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과의 인연도 KB금융에서 시작됐다. 김한 전 회장은 2008년 설립된 KB금융지주의 첫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은 J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뒤, 2014년 김기홍 회장을 JB자산운용 대표로 발탁했다. 이후 김한 회장이 물러나며 2019년 김기홍 회장이 뒤를 이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이 김윤 현 삼양사 회장의 사촌인데다, 이후 김기홍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최대주주 삼양사가 JB금융의 김기홍 체제를 지지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기홍 회장은 정통 관료로도, 민간 금융전문가로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잇따른 '발탁 인사'를 두고 '금감원 부원장 시절의 인맥을 활용한 로비'가 아니겠느냔 평가가 따라붙곤 했다"며 "모피아 및 금감원 인맥이 부각되며 '정치색을 띈 금융인'이라는 평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친정체제를 구축한 김 회장의 영향력은 자회사 인사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를 전북은행장으로 앉히려던 시도 역시 김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게 JB금융 안팎의 평가다. 박 대표는 지난 2021년 JB우리캐피탈 대표로 취임해 김기홍 체제에서 영입된 인물로 분류된다. 

    김 회장과 학연·지연은 겹치지 않지만, 미국 유학파라는 공통점과 외부 출신이라는 배경이 맞물리면서 기존 전북은행 내부 조직과의 긴장 관계를 야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 대표는 김건희 집사 게이트 관련 IMS모빌리티 청탁성 투자 의혹으로 지난 7월 특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 결과에 따라 변수는 남아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인사를 강행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다음 달 BNK금융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면, JB금융으로도 감독당국의 시선이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기홍 회장이 법적으로는 오너가 아니지만, 인사와 이사회 구성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해 온 건 사실"이라며 "성과와 별개로, 이사회가 경영진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있는지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