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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금융지주 세 곳의 현직 회장들이 모두 연임 재추천을 받았다. 세 최고경영자(CEO) 모두 윤석열 정부 시절 최초 선임된 인사로, '내란 청산'에 집중하고 있는 현 정부의 타깃이 될 거란 예상이 많았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적어도 둘은 바뀔 것', '임기가 남은 회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싱거운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금융지주 인사 결과만 보면 레임덕이 온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관전평까지 나올 정도다.
'무난한 연임'의 배경으로는 '감독 공백'이 첫 손에 꼽힌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퇴임 후 이찬진 현 원장이 취임하기까지 3개월의 공백이 존재했다. 이찬진 원장은 업무파악 후 곧바로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 승계는 핵심 현안에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인 지난해 말, 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의 연임 당시 금감원은 '주주와 시장의 판단'이라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초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태오 iM그룹 회장 등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회장 연임'에 대한 마지막 잣대가 '자율에 맡긴다'였는데, 이 잣대가 올해 말까지도 수정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2월19일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언급했을 땐 이미 회장 선정 절차가 대부분 끝난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애매하게 도입된 '은행지주ㆍ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이 오히려 도피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전면 도입했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를 구체화하고 외부평가 확대 등 평가 체계를 실효성있게 바꾸며, 사외이사 지원 조직을 갖추는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제였다.
모범관행은 결과적으로 '셀프 연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논리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JB금융지주는 물론, 올해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한 세 곳의 금융지주는 한 목소리로 '모범관행 및 그에 의거한 이사회 원칙과 절차에 따라 CEO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전에 정한 원칙대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모범관행은 또 롱리스트(잠재후보) 명단 미공개의 명분으로 쓰이기도 했다. 외부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하는데, 외부인사들은 신상이 미리 공개되면 현직에서의 불이익이나 외압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막상 올해 CEO를 선임한 금융지주 중 외부인사가 숏리스트(최종후보) 명단에 오른 곳은 한 곳도 없다. 롱리스트 명단을 비공개하기 위한 핑계로 모범관행을 활용한 것 뿐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은 이사회가 독립성을 갖추고 전문적인 판단 하에 합리적으로 기능한다는 걸 전제로 한 규제"라며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 지배구조 아래서는 이사회가 참호ㆍ방벽 역할을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 이후 구성된 금감원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는 현재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12월말까지 조사 후 1월 중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데드라인'(마감시한)은 오는 3월 말이다. 현 회장 후보들은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최종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지배구조 TF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8월 취임 당시 시민단체 출신으로 '대통령의 심복' 혹은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취임 이후엔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에선 전임인 이복현 전 원장의 '과도한 관치'로 인해 이찬진 원장은 오히려 움직일 공간이 비교적 넓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 현 정부가 관치(官治) 논란을 의식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정부 출범 후 경제부처 재편 등으로 인해 신경을 못 쓴 것에 가까울 것"이라며 "정무위 국정감사가 맹탕으로 진행되며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는데, 뒤늦게나마 주총까지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금감원은 물론 대통령의 '체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Invest Column
내년 초 임기 만료 금융지주 회장 3명 모두 '연임'
감독 공백 틈타 일사천리 이사회...국감조차 '맹탕'
'모범관행'으로 방패막이...현행 체제선 명분으로 '악용'
지배구조 TF 가시적 성과 정기 주총 전까지 낼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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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