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한발 물러서자…코스피, 반도체 랠리 업고 사상 첫 장중 5000선 돌파
입력 26.01.22 09:45
삼성·하이닉스·현대차 동반 강세, 반도체가 끌어올린 고점
고점 경신 속도 빨라져…밸류에이션 부담도 동반 확대
  • 지난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세 철회 발언에 힘입어 뉴욕 증시가 일제히 반등한 가운데,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도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전일 급락을 불러왔던 지정학·관세 리스크가 하루 만에 완화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형주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는 모습이다.

    22일 개장 직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 넘게 상승하며 5016.73까지 치솟아 장중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4%대, SK하이닉스는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현대차 역시 주가가 5% 가까이 오르며 57만원 선을 돌파했다. 지수 상승이 특정 테마가 아닌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강세도 국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인텔(+11.72%)과 샌디스크(+10.63%), AMD(+7.71%), 마이크론(+6.61%) 등 주요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 넘게 오르며 기술주 전반의 반등을 주도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날 대비 1% 안팎 상승한 960선대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흐름은 나타나고 있으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전반적인 매수 주도력은 여전히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시장 반등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 변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유럽 8개국을 상대로 예고했던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고, 그린란드 병합 문제와 관련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부인했다.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되 강대강 국면은 피하겠다는 신호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셀 아메리카' 우려도 빠르게 진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는 전일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다우지수는 1% 넘게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도 나란히 1%대 오름세로 마감했다.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만에 15% 넘게 하락하며 위험 회피 심리 완화를 반영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하며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외환시장도 동반 안정 흐름을 보였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내린 146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며, 전일 증시 변동성을 키웠던 환율 부담도 일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이번 코스피 5000선 돌파는 지난해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이후, 약 3개월 만에 달성했다.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와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 정책·지정학 변수 완화가 짧은 기간에 겹치며 지수 상승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의 Trailing P/B는 1.6배 수준으로, 과거 강한 저항선으로 인식됐던 1.4배를 이미 상회한 상태다. MSCI 기준 12개월 선행 P/E 역시 16.5배로 신흥국 평균에 근접하며, 그간 한국 증시의 할인 요인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스탠스 변화로 단기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지수는 이미 역사적 고점 구간에 진입해 있다"며 "당분간은 반도체처럼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이 지수를 방어하는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추격 매수보다는 지수 레벨 대비 수급 이동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