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우리 역할?' 이찬진 거침없는 영역 확대에 금감원 내부서도 '우려'
입력 26.01.23 07:00
특사경 확대…이찬진표 강경 행보에 금융권 긴장
비대해진 조사 조직, 감독업무 쪼그라들까 우려
"수사기관인가 감독기구인가" 글로벌 기준 역행
권한 집중 부메랑…'공공기관 지정' 위기
  •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확보 등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위원회와의 충돌은 물론, 금감원 내부에서도 '어디까지가 금감원이 맡아야 할 영역인지 명확한 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 기능 강화로 건전성 감독이나 검사 등 기존 부서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강경 행보'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특사경 인지수사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금융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최근에는 특사경의 적용 범위를 기존 민생금융 범죄에 국한하지 않고 회계감리와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확대할 필요성을 공식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 당시 쿠팡을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이라면 비금융 기업이라도 금감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란 평가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와의 신경전도 사실상 상시화된 모습이다.

    자본시장 특사경에 대한 인지수사권 부여는 금감원의 오랜 숙원 과제로 꼽힌다. 조사 단계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정황과 자료를 확보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 의결과 검찰 이첩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 확보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는 것이 금감원 설명이다.

    수년간 유사한 논의가 반복돼 왔던 만큼 이 원장의 강경한 발언과 행보를 반기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간 논의만 무성했던 과제가 정치적 동력을 바탕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했다.

    반면 최근에는 금감원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사 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경우 감독기관으로서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감원의 조사 기능이 수사 단계에 준하는 수준까지 과도하게 확장될 경우 건전성 관리 등 전통적인 감독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인사에서 일반 부서의 현원은 줄어든 반면, 조사 부문은 인력이 보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사국 정원을 확대하고 외부 인력을 추가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이 조사 기능 강화를 명확한 방향성으로 설정했다는 평가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처음부터 업무 확대를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금융과 동떨어지지 않은 사안이라면 특정 이슈에서 금감원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성향"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부분에서 역할과 비중이 커질수록 내부적으로 꼭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업무에 투입되는 자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기능 자체가 수사기관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감독·검사 중심의 기관인 금감원이 수사 개시 단계까지 관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자본시장을 비롯한 민생금융 특사경 인지수사권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정당성이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뒤따른다.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이러한 구조는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주요 국가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감독과 규제에 집중하고, 범죄 수사는 사법기관이 담당하는 체계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기관이 금융 범죄 대응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한국의 구조를 두고 국제적인 기준이나 통상적인 역할 분담 원칙과는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특사경 인지수사권을 확보할 경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금감원의 지위와 통제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지수사권을 둘러싸고 금융위와 가장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금융위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찬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동안 금융위는 주도권 약화를 우려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찬성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 이후 재정경제부의 기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는 내부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며 "부처 영향력을 공공기관 관리 강화로 보충하려는 흐름 속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요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위마저 동조할 경우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