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선 CNS만 보이는데…"AI·로봇 등 실체는 흐릿"
입력 26.01.29 07:00
엔솔 분할 상장 이후 희미해진 LG 관심
CNS 로봇·AI·코인 사업 계기로 그룹 재조명
실체는 부족…그룹 차원의 로봇 의지가 중요
  •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존재감이 옅어진 LG그룹에서 LG CNS가 그룹 전반의 재평가 계기로 거론된다. 다만 국가대표 AI, 스테이블 코인, 로봇 등 사업에 시장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의 실체는 흐릿하다는 지적이다.

    LG CNS는 지난 202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55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6조1295억원으로 2.5% 증가했다. 특히 LG CNS의 핵심 성장 동력인 AI와 클라우드 분야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0% 성장한 3조5872억원을 기록했다. LG CNS는 "AI 전환(AX)·로봇 전환(RX) 선도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수준의 성장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LG CNS는 AI 분야에서 금융, 제조, 공공 등 여러 산업 전반에 걸쳐 업계 최다 수준의 대외 고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 AI연구원 컨소시엄에 참여해 '국가대표 AI' 선정을 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파인튜닝 방법론 개발, 데이터 수집 및 정제 등 역할을 맡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 DBO(Design, Build, Operation) 사업을 시작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김태훈 LG CNS 부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를 데이터센터 산업의 도약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 말했다.

    변방에 있던 LG 그룹이 LG CNS로 부상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LG CNS는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중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디지털 전환(DX), AX 수요로 성장하고 있으며, RX까지 노리고 있다.

    국가대표 AI 경쟁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LG AI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K-엑사원(EXAONE)'은 외산 모듈 의존 논란 없이 자체 기술로 구축된 점이 주목받았다. 그룹 차원에서 내부 AI 솔루션 경험이 많아 데이터 전·후처리에 강점이 있는 LG CNS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주권형(소버린) AI 전략에 발맞춘 기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서 LG그룹에 관심이 시들했었다.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급 '쪼개기 상장(IPO)' 당시가 마지막 관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긍정적이진 않다. 이 대통령은 범LG가인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중복 상장을 두고 "L자 들어가는 주식 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력 계열사는 잇따라 실적 부진에 관한 우려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손실 1094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이후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관세 타격, 중국과의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해 분기 적자 전환했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3328억원을 제외할 경우 영업손실은 4548억원이다. 배터리 사업은 전방 고객사 판매 전략이 틀어지면서 수주계약이 연달아 취소됐다. 12월에만 포드(9조6000억원), FBPS(3조9000억) 등 13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 기대감이 사라졌다.

    LG화학은 매출 절반 이상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탓에 적자 전환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도 부진이 예상된다. 반도체 소재 등 스페셜티(특화) 신사업 성과는 부진하며 석유화학 구조조정 작업은 길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데, 일부 증권사는 적자 전환을 예상한다. 화장품 사업 부진이 주요인으로 중국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북미 마케팅 투자 확대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LG CNS의 존재감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국가대표 AI, 스테이블 코인, 로봇 등이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사업적 실체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다. 각 사업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기대감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대표 AI 선발전의 경우 최종 선정되더라도 기초체력(펀더멘털)에 혜택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 논란을 제외해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국내 일부 기업·기관에만 쓰일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전망이다. 또 사업 초반에는 인프라 투자 비용을 선반영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과 비교해서는 사업성이 열위에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B2B 및 B2C로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으로 정부가 발행을 허용한다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 CNS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LG CNS 펀더멘털에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로봇이 꼽히는데, LG그룹의 로봇 사업 의지가 변수로 작용한다. LG그룹은 피지컬 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청사진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할 개연성과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LG CNS는 이미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그룹의 로봇 사업에도 솔루션을 접목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로봇 사업에 적극 진출하면 LG CNS는 현대차의 로봇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현대오토에버와 같이 펀더멘털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LG CNS는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갖고 있지만 실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