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사이드카 다음날 매수 사이드카...'연기금 마중물'에 코스피 반등
입력 26.02.03 10:23
연이틀 매도·매수 사이드카 연쇄 발동…코스피 4%대 반등 속 변동성 극대화
연기금 등 기관 수급이 반등 원동력…환율 안정·금값도 반등
  • 전일 '검은 월요일' 급락 이후 국내 증시가 급반등에 나서며 극단적인 변동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2일 5%대 급락을 기록한 뒤 곧바로 4%대 반등을 보인 것이다. 

    3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 대비 3.9% 오른 5144.53에 개장했다. 장중 한때 5170선을 웃돌며 고점을 높였고, 코스닥 역시 3% 가까이 상승해 1130선을 회복했다. 전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한 가운데, 미국 증시 반등과 환율 안정이 맞물리며 낙폭 과대 인식이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3원 내린 145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 22초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이 5분간 일시 정지됐다. 발동 시점 기준 코스피200 선물 가격은 759.15로 전일 종가(722.60) 대비 36.55포인트(5.05%) 상승했다.

    전날인 2일에는 장중 코스피200 선물이 급락하며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이 중단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바 있다. 이틀 연속 방향이 엇갈린 사이드카가 작동한 것은 단기 수급 쏠림과 가격 변동성이 동시에 극대화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스피 반등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수급이 주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5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5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전날 반등 국면에서 차익 실현에 나섰고, 외국인 수급은 제한적인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전일 급락 국면에서 연기금의 저가 매수 성격이 두드러졌던 점이 이날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종목별로는 대형주 중심의 기술적 반등이 뚜렷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 이상 급등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전날 낙폭이 컸던 만큼 단기 저가 매수세가 집중된 모습이다. 이외에도 SK스퀘어(7%), 한화에어로스페이스(4%), HD현대중공업(3%) 등 주요 대형주들이 전일 조정 이후 반등에 나섰고, KB금융과 삼성물산 등 대형 금융·지주 종목도 3~5%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 시장은 ETF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 수급 등 기관 자금 유입이 반등을 주도했다. 오전 기준 기관은 2000억원 이상 순매수로 전환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날 급락 과정에서 환매가 집중됐던 코스닥 시장이 하루 만에 반대 흐름을 보인 셈이다.

    코스닥 종목 중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천당제약,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 바이오·로봇·AI 관련주가 3~8%대 급등하며 지수 반등을 견인했다. 전일 과도하게 밀렸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났고, 단기 낙폭 과대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간밤 뉴욕 증시도 제조업 지표 개선과 실적 기대 속에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1% 넘게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0.5%대 오름세를 보였다. 1월 ISM 제조업 PMI가 52.6으로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며 경기 둔화 우려를 완화시킨 점이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지난달 말 역사상 최고점인 온스당 5500달러를 돌파했다가 전날 10% 이상 급락했던 국제 금값 역시 4% 이상 반등하며 4800달러선을 회복했다. 같은 날 30% 이상 급락하며 최근 50년래 최대 낙폭을 연출했던 국제 은값 역시 8% 이상 반등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날 귀금속 가격 급락은 뉴욕상품거래소(CME)가 귀금속 선물 거래의 증거금 요건을 강화한 이후 마진콜에 따른 강제 청산이 이어지며 가격 조정이 증폭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하락하는 가운데 금값 상승은 추세적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은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바뀌더라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을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달러 일변도에서 다변화 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금 가격 강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전날 국내 증시 급락이 통계적으로도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의 5%대 하락은 2010년 이후 일간 하락률 기준 상위권에 해당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구조적 위기 국면과 달리, 이번 조정은 지난 1월 한 달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차기 연준 의장 불확실성이 결합된 수급성 충격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과 반등은 단기 급등 이후 수급이 한꺼번에 뒤집히며 나타난 전형적인 변동성 장세"라며 "과거 블랙스완형 위기와 달리 실적과 이익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의 조정이라는 점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