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어닝쇼크에 구조조정 기대감 커져…시장은 여수 NCC 주목
입력 26.02.05 14:32
정부 주도 대산 NCC 구조조정 중인 롯데케미칼
증권가·채권단은 다음 수순으로 여수 '주목'
대산 조정 효과 15~20%…시장 기대와는 온도차
LCI 적자 부담 겹치며 추가 조정 필요성 부각
  • 롯데케미칼이 연간 9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이에 증권가에선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수 NCC로 향하는 분위기다. 업황 반등 기대가 여전히 외생 변수에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추가 구조조정 없이는 손익 개선의 가시성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8조4830억원,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조4900억원에 달했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이 4339억원으로 집계되며, 한 분기 손실만으로 연간 영업손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대규모 적자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효과로 옮겨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대산 공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안을 포함한 사업 재편안을 제출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대산 NCC 구조조정과 관련해 "두 개 크래커 가운데 하나를 완전히 셧다운할 경우 줄어드는 물량 정도"라며 "전체 물량 기준으로는 약 15~20% 수준의 축소 효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는 시장이 기대했던 대규모 설비 정리나 공급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대산 조정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전남 여수 산단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로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여수·대산·울산 등 주요 산단을 중심으로 NCC 감산을 통한 공급 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여수 산단은 이미 상당한 감축이 이뤄졌음에도 추가 조정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대산에 이어 여수 NCC의 추가 가동 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면서 설비 가동률을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업황 둔화로 가동률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왔을 뿐, 현재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올해 예정된 정기보수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수 NCC가 '다음 수순'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재무 부담이 있다. 신규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LCI)가 당분간 손익에 부담을 주는 구조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증권가에서는 LCI와 말레이시아 LC타이탄을 합산한 적자 규모를 분기 기준 최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동률이 75~90% 수준까지 올라왔음에도 초기 고정비 부담과 시황 부진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CI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손익 개선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손실보다 신규 설비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 역시 외생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납사 소비세 부과,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축소, 글로벌 증설 둔화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히지만, 모두 롯데케미칼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 개선의 전제는 중국과 글로벌 공급 구조 변화"라며 "이것만으로 단기간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수 NCC는 단순한 설비 조정 대상이 아니라, 롯데케미칼 구조조정의 '다음 단계'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산이 회사 주도의 조정이라면, 여수는 정부 정책과 채권단 판단, 산단 내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한 정책금융 관계자는 "여수 NCC 논의는 기업 자율의 영역을 넘어 금융 지원 조건과도 연결돼 있다"며 "구조조정의 범위와 강도를 기업 단독 판단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