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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도입이 가시화됐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투자시장 화두에서 조용히 밀려난 분위기다. 올해 출시 기대감은 물론, 상품 출시의 전제가 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나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의 통과 시점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가상자산 제도화라는 정부의 큰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정책과 코인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논의의 무게 중심이 '추진'에서 '관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가상자산 제도화의 상징적 과제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하반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며 투자시장 전반에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관련 기대감이 눈에 띄게 식었다. 업계에서는 "불과 몇 달 사이 대내외 시장 여건이 급변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상품화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 확대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고점 이후 하락 전환하며 변동폭을 키웠다. 6일 기준 6만6000달러 선까지 밀리며 원화 기준 1억원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인 약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자산 서사를 쌓아왔던 기존 인식과 달리, 위험자산 성격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내 회의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와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와 맞물린 구조적 리스크의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급락이 담보 가치 하락과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경우, 가상자산을 넘어 금·은 등 다른 자산시장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가격 환경은 금융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실물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기존 주식·채권형 ETF와는 다른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커스터디(수탁) 체계의 안정성, 해킹·전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내부통제 기준 설정 등에서 정책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사고 발생 시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제도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 내부에서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환율 변수도 정책 판단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6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재돌파하는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환율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국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될 경우 해외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증권계좌를 통해 확대되며 또 다른 달러 유출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외환시장 안정이 정책 우선순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자본 유출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은 정책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정책 논의 역시 보다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제도화라는 큰 틀에는 공감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처럼 도입 이후 되돌리기 어려운 제도는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때까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 보호 장치와 감독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상용화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갔다. 결제·송금·외환 관리 등 통화 기능과 직접 연결되는 특성상, 단순 투자상품보다 정책 난도가 훨씬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후속 시행령·감독 규정 마련, 인프라 구축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상반기 출시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상반기 상용화는 사실상 어렵고 연내 출시 역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코인 변동성과 환율 부담이 동시에 커진 만큼, 정부가 속도감 있게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코인 곁눈질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안 논의 지연…상반기 출시 기대감 식어
변동성 확대에 투자자 보호·외환 부담 부각…정책 무게중심 '관망'으로
업계 "상반기 출시는 사실상 불가능…연내 상용화도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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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