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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세아그룹의 태림페이퍼 매각 절차가 본격화한다. 올해 손꼽히는 대형 거래로 국내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보다는 해외에서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태림페이퍼 기업가치를 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 1위 사업자에 대한 프리미엄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거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는 연초부터 태림페이퍼 잠재 원매자들을 접촉하고 있다. 이달 중 투자안내서를 발송하고 매각 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매각 재무자문에 UBS, 법률·회계자문에 광장과 안진회계법인, 상업실사(CDD)에 EY파르테논 등을 선정하며 일찌감치 매각 채비를 마쳤다.
글로벌세아는 2019년 태림페이퍼 인수 후 전주페이퍼, 쌍용건설 등 굵직한 M&A들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부채 부담이 커졌고, 이를 일부 완화하기 위해 본업 외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림포장(골판지 상자), 전주페이퍼(신문용지), 전주원파워(발전) 등 제지·포장 사업부 전반이 매각 대상이다.
태림페이퍼는 국내 1위 골판지 사업자로 매각가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쟁사들은 자금력이 없고, 거래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전통 제조업보다는 신성장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위축돼 있는 국내 PEF들도 조단위 거래는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태림페이퍼 M&A는 해외 관련 기업과 글로벌 PEF간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해외 전략적투자자(SI)가 입찰 참여 의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KR과 TPG도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2019년 태림페이퍼 인수전 때는 중국 샨잉(山鷹, Shanying)과 TPG 등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바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매도자의 눈높이를 얼마나 맞춰주느냐가 핵심이다. 글로벌세아는 재무 부담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그룹이 휘청할 상황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설정한 매각가를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태림페이퍼의 실적은 주춤하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 8941억원, 영업이익 1091억원을 올렸다. 1년 뒤 매출은 1조2542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줄었다. 원재료·에너지·물류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커머스 분야에서 골판지 상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태림페이퍼는 작년 1700억원가량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뒀고, 올해는 2000억원 중반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감안해 거론되는 희망가를 맞추려면 적어도 8배 이상의 멀티플을 산정해야 한다. 국내 주요 골판지사의 기업가치 배수가 5배 아래인 점을 감안하면 낮지 않은 수치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국내 SI와 PEF들은 여력이 없거나 관심이 많지 않은 분위기"라며 "결국 해외에서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데 8배를 주고 가져갈 만한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각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성장성이 크지 않은 산업이긴 하지만 실적에 긍정 영향을 미칠 요소들도 있다는 것이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태림페이퍼의 수출 환경이 개선됐고, 이는 국내 수급 부족과 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7일 발생한 한국수출포장공업 오산공장 화재도 변수다. 과점 사업자의 공장이 멈추면 시장 내 골판지 원지 수급이 악화할 수 있다. 2016년 신대양제지, 2020년 대양제지 화재 때는 재료 수급 감소 → 제품 가격 상승 → 상위 과점 업체 수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1위 사업자인 태림페이퍼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M&A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2021년 AR패키징, 2022년 De Jong, 2023년 Westrock, 2024년 DS Smith, 작년 Greif 등 조단위 이상의 해외 골판지 기업 M&A들은 EBITDA 대비 기업가치는 배수가 8배 안팎이었다. 2019년 태림페이퍼 M&A 때 거래 배수는 약 10배였다. 당시에도 1등 사업자로서 프리미엄을 누렸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수급 환경과 경쟁사 화재 영향을 감안하면 올해 제지사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점 업체 중에서도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1등 사업자 태림페이퍼가 프리미엄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판지 1위 사업자…해외서 원매자 물색할 듯
매각가 2조 거론…전통 제조업 가치 인정 의문
고환율 영향 속 국내 수급 환경 변화는 긍정적
경쟁사 사고 여파…1등 프리미엄 누릴 가능성
매각가 2조 거론…전통 제조업 가치 인정 의문
고환율 영향 속 국내 수급 환경 변화는 긍정적
경쟁사 사고 여파…1등 프리미엄 누릴 가능성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