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관리에 '선 긋기'…당국 권고에 S&T·발행어음 조직 나눈 증권사들
입력 26.02.24 07:00
운용과 영업 사이 '거리 두기' 나선 증권가
발행어음·S&T 중심 자기자금 조직 재편 확산
당국 권고 후 '차이니즈월' 강화 움직임
  • 최근 증권사 조직개편의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이해충돌 관리 강화'가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효율화나 사업 재편을 넘어, 운용과 영업, 자기자금과 딜 조직 간 경계를 보다 분명히 하려는 방향으로 구조를 다시 짜는 모습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S&T(세일즈앤트레이딩) 조직 재편과 발행어음 운용 조직의 분리다. 그동안 증권사 내부에서는 트레이딩과 고객 세일즈가 한 부문 안에서 움직이거나, 자기자금을 활용하는 발행어음 운용 기능이 IB 조직과 맞닿아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직개편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분리하거나 거리를 두는 방향이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해상충 소지를 사전에 줄이려는 내부통제 강화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운용과 영업 기능이 한 조직에 밀접하게 묶여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짚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조직이 포지션을 운용하면서 동시에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구조, 또는 자기자금 운용 기능이 딜 조직과 가까이 있는 구조에 대해 조직 간 역할 구분과 차이니즈월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를 강제적 조치라기보다는 내부통제 기준을 높이라는 권고성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S&T 조직 개편은 특히 규제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기능 간 경계를 다시 정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딩과 세일즈를 한 조직에 묶어두기보다는, 운용 기능은 리스크 관리와 포지션 운용에 집중하고 기관영업과 세일즈는 홀세일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역할 구분을 보다 또렷하게 하는 방식이다. 운용 쪽은 자기자금 관리와 시장 대응에, 영업 조직은 고객 네트워크와 자금 흐름 관리에 각각 집중하도록 구조를 나누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S&T에만 국한된 변화라기보다 자기자금 운용 기능의 재배치까지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PI 등 자기자금 투자 기능을 S&T와 IB, 발행어음 관련 조직으로 나눠 배치하는 등 투자 기능을 분산하는 방향의 재편을 진행했다. KB증권 역시 트레이딩과 영업 기능의 구분을 보다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S&T 구조를 손봤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효율화와 시너지 제고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이해상충 관리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어음 조직을 둘러싼 재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사업인 만큼, IB 딜 소싱이나 구조화 금융과 가까운 라인에 있을 경우 '자기자금 운용'과 '딜 주선'이 한 조직 안에서 맞물릴 수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일부 증권사만 발행어음 관련 조직을 별도로 운영했지만, 최근에는 주요 하우스들이 잇따라 조직을 떼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운용 조직을 IB 부문에서 분리해 대표이사 직속 체계로 재편했고, NH투자증권 역시 구조화금융 라인에 있던 발행어음 운용 기능을 별도의 운용 조직으로 이관했다. 키움증권도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담 조직을 투자운용 라인에 배치하는 구조를 택했다. 겉으로는 조직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자금 운용과 딜 조직 간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정렬된 셈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트레이딩과 세일즈, 자기자금 운용과 딜 조직이 가까이 있을수록 사업적으로는 편할 수 있지만, 내부통제 관점에서는 항상 부담이 따라다니는 구조"라며 "최근 조직개편은 단순한 사업 재편이라기보다 그 경계를 더 분명히 하려는 방향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사업 간 시너지를 강조하는 쪽이었다면, 지금은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라며 "발행어음이나 S&T처럼 자기자금 성격이 있는 영역을 다른 조직과 일정 부분 떨어뜨려 놓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