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도 그들만의 잔치…설 자리 못 찾는 핀테크 스타트업
입력 26.02.24 07:00
코인 곁눈질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 샌드박스 사업자 탈락
당국 "자본력 미흡"…업계선 제4인뱅과 '판박이' 지적
"정식 판이 깔리면 대형 금융사에 밀려"
  •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로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 

    업계에선 예상했던 결과지만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본력과 운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당국의 방침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지나치게 높은 문턱으로 인해 핀테크 스타트업의 진입이 줄줄이 가로막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NXT 컨소시엄과 KDX 컨소시엄에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KDX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키움증권,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이 최대주주로 있다. 흥국증권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계획이며 20여개 증권사 및 다수 핀테크사가 포함됐다. NXT는 넥스트레이드가 최대주주로 뮤직카우,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아이앤에프컨설팅 등이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다.

    이번 예비인가에 도전한 컨소시엄 중 유일하게 탈락한 곳은 루센트블록이다. 샌드박스 사업자로 STO 영업을 했던 루센트블록이 최대주주로 있고, 증권사 등 금융사 9곳과 VC 투자조합 30곳 등을 주주로 뒀다.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 NXT컨소시엄 750점, KDX 725점, 루센트블록 653점이었다. 루센트블록은 자기자본과 사업계획 등에서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크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외평위는 루센트블록의 자기자본에 대해 "타사 대비 자기자본이 현저히 낮고 출자금 조달방안 및 비상자금 조달 계획의 실현가능성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사업계획에 대해선 "장외거래소 운영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미흡하며, 금융회사로서 관련 규정이 미흡하고 법령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루센트블록의 STO 예비인가 탈락 사유는 지난해 소소뱅크 등 핀테크 연합군이 도전했던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불허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제4인뱅 심사 당시 외평위는 "대주주의 자본력이 미흡하고 추가 출자 관련 투자확약서(LOC)가 아닌 의향서(LOI)만 제출하는 등 자금 조달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이유로 전원 탈락시켰다.

    업계에선 사실상 핀테크 스타트업의 제도권 진입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사실상 제도권 진입에 올인했던 스타트업으로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 제4인뱅에 도전했던 렌딧 등 핀테크 일부는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먼저 진입하더라도, 정식 제도권 판이 깔리면 결국 대형 금융사 위주의 컨소시엄에 밀려나는 양상"이라며 "은행이든 STO든 스타트업의 제도권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또다시 증명한 꼴"이라고 말했다.

    루센트블록은 이번 예비인가 탈락으로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해졌다. 당국은 루센트블록이 발행 라이선스 인가를 신청할 경우에 한해 향후 장외거래소(KDX, NXT)가 본인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후에는 기존 채널 대신 본 인가를 받은 플랫폼에서만 거래가 가능해진다.

    만약 루센트블록이 발행 인가를 신청하지 않거나, 여기서도 탈락하게 되면 현재 보유 중인 조각투자 증권과 부동산 등의 기초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원치 않는 시점에 자산이 강제 현금화되는 등 소비자 불편과 권익 침해 우려가 발생한다. 현재 루센트블록 조각투자 잔액은 약 250억원으로 투자자는 4만5000명이다.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NXT의 기술탈취 의혹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조사 결과로 인해 이미 결정된 인가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추가 인가 가능성 역시 현재로서는 희박한 시나리오다.

    제4인뱅부터 STO까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제도권 진출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금융사 수준의 체급을 갖추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당국이 강조하는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도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순히 한 기업이 인가를 받고 탈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심사기준 마련시 스타트업에 대한 우대조치 등을 포함했다"며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는 샌드박스 기간의 제한적·한시적 유통채널이 아니라 발행인·거래상품 등이 제한되지 않는 '시장'으로 전면 확대·개편되어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