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없는데 주가만 훨훨…보험사 늑장 밸류업 '업보 청산의 시간'
입력 26.02.27 07:00
3차 상법 개정안 의결 앞두고 투심 '활활'
미래에셋생명 '상한가' 등 보험주 동반 상승
"전향적 주주환원 없으면 상승분 반납" 지적도
  • 3차 상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보험사들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는 법적 장치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시장이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다만 기업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규제에 등 떠밀린 조치인 만큼, 이번 급등 또한 '단기 소동'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는 이달 들어 59.5% 상승했다. 지난 20일과 23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24일에는 소폭 조정됐지만, 최근 코스피 랠리에도 변동이 미미했던 주가가 급격히 뛴 것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 포함된 KRX보험 지수는 이달 들어 24.6% 올랐다.

    이날 본회의 표결을 앞둔 3차 상법 개정안이 투심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에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미래에셋생명의 자사주 비중은 34.15%로 상장사 중 상당히 높은 편이다. DB손해보험(15.19%), 한화생명(13.49%), 삼성화재(13.44%), 현대해상(12.3%), 삼성생명(10.21%) 등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강세와 풍부한 유동성, 3차 상법 개정 추진으로 인한 자사주 소각 가능성, 일부 보험사 대주주의 지분 승계 이슈에 대한 기대감이 보험주 전반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기보유한 자사주 소각과 더불어 밸류업 계획 등 추가 주주환원이 발표될 지가 관심이다.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곳은 삼성화재, DB손보, SGI서울보증과 지주사인 메리츠금융 등 4곳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생명은 '상법 개정 이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불확실성 속에서 주주환원 계획을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20일 컨퍼런스콜에서도 "상법 개정안 통과 시 자사주 처리 방안을 포함한 전체적인 자본 효율성 제고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보험사들도 추가 주주환원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DB손해보험 이사회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재공시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1월부터 DB손보 주식을 매입해 현재 약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 측은 DB손보가 업계 상위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경쟁사 대비 주주환원율이 낮고, 향후 환원 목표 또한 보수적으로 설정한 점을 지적했다. 작년 DB손보의 주주환원율은 30%로 이를 2028년까지 35%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사인 삼성화재의 경우 작년 주주환원율이 41.1%고, 중장기 목표는 50%다.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없다면 지금의 주가를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가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본 증권업계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혔고, 분리과세를 위해 배당수익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며 "법적 강제 사항 외에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최근의 상승분은 빠르게 반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