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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내 증시에서 업종별 주가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정학 불안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고리로 방산, 정유, 해운주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항공이나 화학업종은 비용 부담을 반영해 약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시장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6.28% 올라 배럴당 71.2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처음 맞는 월요일부터 유가가 뛰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공습으로 수뇌부가 괴멸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 20%가 오가는 길목이다.
3일 코스피는 개장 이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음에도 7% 이상 폭락하며 5800선이 무너졌다. 개장 초반 저가매수에 나서던 기관투자자도 순매도로 전환했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 확대에 나서면서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낙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까지 코스피에서만 외인과 기관이 5조3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중동사태 여파를 강하게 반영하는 가운데 정유, 방위산업 주가는 치솟고 있다.
방산주는 지정학적 위기감 리스크 할증(프리미엄)을 잔뜩 반영하며 폭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이날 장중 전일보다 24.85% 오른 149만20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한 뒤 143만2000원에 마감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나홀로 급등세를 보였다.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주가는 장중 상한가로 직행해 마감하며 마찬가지로 각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10~20%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단기 수혜가 기대되는 정유사 역시 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S-Oil 주가는 전일보다 28.45% 오른 14만1300원을 기록,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에 합의하고 있지만 중동사태로 인한 공급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덕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HMM 주가도 전일보다 14.75% 급등했다. 올 들어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장기 원유 운반선 공급부족 가능성을 타진해왔는데, 실제 분쟁이 발발하면서 해상 운임 폭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원유를 운반하는 탱커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조선업종까지 수혜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반대로 고유가에 취약한 업종 주가는 하락 중이다. 구조조정 작업에 막 돌입한 석유화학 업종이 대표적이다.
이미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로 인한 원가 상승이 겹칠 경우 수익성 압박은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까지 치솟았지만 상승세 대부분을 반납하며 전일보다 2.51% 오른 13만900원에 마감했다. 국내 석유화학 대장주 LG화학 역시 전일보다 13.65% 떨어지며 최근 상승분을 되물렸다.
항공업종 역시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항공유 가격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여서다. 대한항공은 전일보다 10.32% 하락한 2만5200원에 마감했으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단기 국지전에 그치느냐, 아니면 유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장기 교착 국면으로 이어지느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 안팎에 안착할 경우 물가 인상과 실적 부담이 점차 현실화하며 화학·항공 등 비용 민감 업종의 조정이 깊어질 수 있다.
반대로 확전 없이 긴장이 완화하고 유가가 안정된다면 방산·정유에 쏠린 단기 수급 역시 되돌림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업종별로 극단적 엇갈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사태 지속 기간과 유가흐름이 방향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입력 2026.03.03 16:2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03일 16: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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