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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유례없는 코스피 6000선 돌파의 배경에는 상법 개정 논의 등 정부의 정책발 모멘텀과 더불어 ETF를 매개로 한 구조적 자금 유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특정 종목이나 테마가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지수형 상품을 통한 자금 유입이 레벨 자체를 상향 이동시켰다는 평가다.
3일 중동 전쟁 발발로 장중 6% 넘는 급락이 나타나며 6000선을 하회했지만, 변동성 국면에서도 자금의 흐름은 ETF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6000선을 돌파한 직후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악재를 맞았다. 3일 오후 들어 낙폭이 확대되며 한때 5800선 초반까지 밀렸다.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가 7% 안팎 하락했고, 방산·조선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약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외국인 매도가 지수 하단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 급락 국면에서도 ETF 수급은 비교적 견조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은 이날 7% 가량 하락했음에도 거래량이 3300만주를 웃돌았다. 호가창에서는 매수 대기 물량이 매도 물량을 상회하는 흐름이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지수 급락을 이탈 신호가 아니라 비중 확대 기회로 해석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개별 종목 대신 지수형 상품으로 대응하는 구조가 확인된다.
이 지점이 코스피 3000을 돌파했던 2021년과 가장 다른 대목이다. 2021년 코스피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영끌'과 '빚투' 열기 속에 3000선을 돌파했다. 연초 2874에서 출발한 지수는 장중 3000선을 넘어섰고, 7월에는 3305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미국 테이퍼링 우려와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며 하락 전환했고, 7~11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연말에는 2900선 부근까지 밀리며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이후 코스피는 4년 가까이 뚜렷한 추세를 만들지 못한 채 박스권에 머물렀다. 2021년 랠리는 신용 확대와 단기 레버리지에 기반한 '속도전'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유동성의 힘으로 단기간 급등했지만, 구조적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는 자금의 성격이 다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은 387조원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최근 6개월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코스피200·반도체·고배당 등 ETF가 다수 포함됐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 자금도 지수형 상품으로 유입되며, 매수의 매개가 '종목 선택'에서 '자산 배분'으로 이동하고 있다.
ETF 매수는 설정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운용사의 현물 바스켓 매수로 연결된다. 지수형 자금 유입은 개별 종목 변동성과 무관하게 현물 수요를 동반한다. 지수 하단을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힘이 형성되는 구조다. 6000선 돌파가 단순한 테마 과열과는 다른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 수급 역시 단면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국내 현물시장에서는 순매도로 집계되지만, 미국 상장 한국지수 ETF(EWY 등)에는 연초 이후 45억 달러가 유입됐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은 한국 비중을 확대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차익 실현 성격의 매도가 나타나는 이중 구조다. 2021년처럼 외국인 대규모 이탈이 곧 구조적 약세로 직결되는 국면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자금의 출처도 차별화된다. 2021년에는 신용거래 확대와 개인 레버리지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 확대와 기관 자산 배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 예·적금 및 대기 자금 일부가 금융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자금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성격이 짙다.
정책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2021년 상승은 팬데믹 이후 풀린 글로벌 유동성과 위험 선호 심리가 주된 동력이었다. 반면 이번 국면은 상법 개정 논의와 주주환원 강화 기대 등 제도 변화가 투자 논리를 보강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지수 전반의 재평가 논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ETF를 통한 지수형 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단기 리스크는 존재한다.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장기화, 유가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는 지수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ETF 자금 역시 환매로 전환될 경우 현물 매도로 이어지며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패시브 자금은 상승과 하락 모두에서 증폭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양면적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국면을 2021년의 단순 재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 실무자는 "2021년은 개인 신용과 단기 유동성이 만든 속도전이었다면, 지금은 정책 모멘텀과 ETF를 통한 구조적 자금 이동이 결합된 국면"이라며 "전쟁 변수로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ETF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 쪽으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진다면 6000선 돌파는 일시적 과열이 아니라 레벨 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3.03 16:43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03일 16:4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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