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성시대 속 미래에셋 인력 이동 확대…'불장·삼성' 이중고
입력 2026.03.04 07:00

임원·팀장급까지 이동…"30% 이상 교체" 후문

삼성 'KODEX'로 자금 집중…점유율 격차 30조원 이상 확대

성과급 시즌·인재 쟁탈전 겹쳐…경쟁 심화 속 인력 이동 가속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400조원을 목전에 두고 급팽창하는 가운데, 업계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조직의 인력 이탈이 확대되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직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성과급 시즌에 따른 통상적 이동과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 확대에 따른 내부 분위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최근 20명 이상 인력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성과급이 지급되는 3월 전후로 인력 이동이 반복되긴 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예년보다 크다는 평가다. 중간 관리자급 등 실무진을 넘어 조직을 총괄하는 임원진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 윤병호 전(前) 전략ETF운용본부장이 회사를 떠났다. 타 운용사 이직이 아닌 ETF 교육·컨설팅 법인 창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장이 교체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경준 전 본부장을 시작으로 임원·팀장급을 포함한 ETF 조직 인력의 30% 이상이 교체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난해부터 ETF 실무진 이탈이 이어졌고 최근에도 같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성과급 시즌 이동은 통상적이지만 숫자가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계 선두인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 확대가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 강세 국면에서 대표지수형·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집중되며 삼성자산운용 'KODEX'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26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약 374조원으로 지난해 말(297조원) 대비 8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은 151조원으로 점유율 40%대를 기록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8조원 수준으로 격차가 30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3개월간 순자산 증가 상위 10개 ETF 중 6개가 KODEX 상품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KODEX 200, 코스닥150, 레버리지 등 국내 대표지수형 상품에 자금이 몰리며 국내 증시 상승 베팅 수요가 삼성자산운용으로 집중됐다는 평가다. 반면 미래에셋은 미국 등 해외지수형 비중이 높아 미국 증시 조정과 환율 변동성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국면 속에서 내부 성과 압박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TF 조직은 상품별·부서별 성과 비교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양사 간 점유율 격차가 확대되면서 목표 관리가 이전보다 타이트해졌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 관계자는 "원래도 미래에셋 ETF 조직은 부서 간 경쟁이 강한 편인데 최근에는 상대 비교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도 인력 이동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 증시 강세로 신규 펀드 설정이 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의 여력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대형사 출신 인력을 향한 수요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설정 펀드 규모는 20조5479억원으로 전년(11조6135억원)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성과급 시즌과 맞물려 중소형 운용사들이 검증된 대형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운용뿐 아니라 마케팅·상품·전략 조직 전반에서 이동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는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등 인접 투자업권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조적 부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은 반도체·AI 등 테마 ETF를 중심으로 순자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TIGER 반도체TOP10' ETF는 최근 3개월간 순자산이 4조5500억원 늘었다. 현재 국면이 삼성자산운용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시장 흐름이 조정 국면이나 박스권으로 전환될 경우 전략형·테마형 ETF의 상대적 강점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흐름만 보면 미래에셋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ETF 시장은 국면에 따라 전략의 유불리가 갈리는 구조다. 실제로 2024년에는 삼성자산운용도 성과 부진 여파로 임원 교체 등 인사 변동이 있었다"며 "특정 시점의 성과만으로 한 하우스의 장기 흐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