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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 부진 속에 평판 악화와 규제 강화, 성과 부진과 출자자(LP)의 관심 하락 등 여러 악재들이 중첩되는 양상이다. 올해 이후 PEF 업계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걱정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04년 정부는 옛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해 PEF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M&A와 구조조정 시장은 소극적인 우리 기업과 금융사보다는 외국계 자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정부는 국내 PEF가 외국계 자본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PEF 산업은 우여곡절 속에도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PEF가 부각됐고, 2018년 이후부터는 M&A 시장의 주축이 됐다. 정부는 제도를 개선했고, 기관투자가들은 매년 PEF에 돈을 풀었다. 이후 팬데믹 유동성까지 얹어지며 PEF 시장은 초호황을 구가했다. 돈과 인재를 모두 빨아들였다.
전성기는 10년을 채 가지 못했다. 팬데믹 종료와 함께 PEF의 성장세가 둔화했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투자나 회수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 이어졌다. 레버리지 전략을 펴기 어려워졌고, 기존에 빌린 자금의 상환 부담은 늘었다. 대주단의 양해를 얻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최근 PEF의 활동 양상도 호황기와 다르다. 투자금의 몇 배를 거두는 성공 사례는 보기 어려워졌다. 사정을 잘 아는 PEF끼리 주고 받는 거래는 늘어났고, 성과보수보다 관리보수에 안주하는 곳이 많아졌다. 점점 비용 절감보다 운영 전략의 중요성이 부상하는데 이런 역량을 가진 운용사(GP)는 손에 꼽는다. 글로벌 PEF와 경쟁 때문에 무리하는 경우도 왕왕 보인다.
규제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작년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후 PEF를 향한 시선이 싸늘해졌고, PEF를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져 발의됐다. PEF에 힘을 실어주던 이전 정부들의 기조와는 다르다. 최근 롯데렌탈 M&A 사례에서 보듯 공정거래위원회도 PEF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이래서야 거래를 할 수 있겠냐"는 푸념이 들린다.
출자자(LP) 입장에선 PEF가 더 이상 프라이빗하지 않다. 이전처럼 괄목할 수익률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소명을 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게 속 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국민연금부터 PEF 출자 콘테스트를 멈췄다.
올해 증시 호황도 중요 변수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신경 쓸 것 많고, 실익은 전만 못한 PEF 출자보다 널뛰기 하는 증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기관이 '단타 투자자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해외에서 나올 정도다. 회원이나 고객들이 증시로 자금을 옮기면서 기관들이 PEF 출자에 쓸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PEF가 증시 호황의 수혜를 직접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PEF들은 공개매수 규제 때문에 상장사 인수나 매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분 보유 의무 때문에 상장(IPO)을 통한 회수도 쉽지 않다. 증시 호황의 수혜를 누리긴 어려운데 자금줄마저 약화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국민성장펀드의 효과도 미지수다. 펀드가 본격 활동하는 올해 하반기가 PEF 결성의 적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는데 실질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기존 산업은행의 PEF 출자금이 상당 부분 국민성장펀드 쪽으로 옮겨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출자 증가분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사는 위험가중자산(RWA)을 신경 써야 하고, 다른 기관들은 자금 매칭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큰 사업은 PEF를 통하지 않고, 작은 사업은 벤처캐피탈(VC) 쪽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기관투자가 임원은 "최근 유동성이 모두 증시로 향하니 프라이빗 영역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PEF 산업은 7~8년 동안 호황을 누렸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3.16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11일 07:00 게재
2004년 PEF 제도 도입 후 꾸준한 성장 가도
지난 수년간 대호황 누렸지만 분위기 변화
금리 상승·규제 강화·성과 부진 등 악재 늘어
LP 외면에 머니무브까지…침체 본격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