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도돌이표' 새만금 사업… 현대차가 마침표 찍을까
입력 2026.03.16 07:00

현대차, AI DC 투자 비중 최대

자율주행·로봇 사업 강화 목적

신재생에너지 한계…대체 전력 필요

"사업 성공시 승계 구도에도 긍정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착공 이후 35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사업. 현대차그룹이 여기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완성하지 못한 과제를 현대차그룹이 이루기 위해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2월27일, 현대차그룹은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새만금 지역에 올해부터 로봇, AI, 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 등 9조원 규모로 투자한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부 이후 모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2000년대 들어 ▲노무현 정부는 중국 시장과 연계하는 복합산업단지 조성 ▲이명박 정부는 동북의 두바이, 세계경제의 자유기지 조성 ▲박근혜 정부는 전담기구 설치 및 특별법 개정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환황해 경제중심지 조성 ▲윤석열 정부는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35년간 지지부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일관성을 띠지 못했고, 주민 반발 등으로 핵심 인프라 구축이 지연돼 투자 유치와 개발 속도에 차질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20조원 규모의 삼성그룹 그린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백지화됐으며, 2조원 규모의 SK그룹 창업 클러스터 및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지연됐다.

    이번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계획은 이전과 다를까.

    초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혁신 역량과 풍부한 자원이 합쳐지면 새만금은 최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며 "기업의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하겠다"며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현대차 주가는 사업 기대감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호남 지역에 비교적 호의적인 그룹이라는 점도 기대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상용차 공장'을 전주에 두고 있으며, 광주형 일자리 정책으로 2019년 출범한 자동차 생산 합작 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지분 19%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전북 지역 연고 프로축구단인 전북현대모터스FC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AI 데이터센터 건설이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학습을 지원할 목적이며 전체의 약 65%인 5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깐부 회동'을 통해 도입하기로 합의한 엔비디아의 최신형 블랙웰 GPU 5만장을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AI 학습이 이뤄지면 테슬라 외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차가 후발주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선행 과제로 거론된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새만금지구 내에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을 통해 연간 4730GWh/년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인근지역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연간 1만5242GWh/년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한다. 새만금지구의 총 전력사용량 1만4441GWh/년의 105.5%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현재 새만금지역 내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는 AI 데이터센터를 굴리기에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간헐적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로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이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완공하는 2029년에는 ESS 시장이 안정화돼야 할 거란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ESS 관련 기대감이 크고 수요 증가도 가팔라지는 추세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이처럼 변수가 존재하다 보니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새만금 사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발전 출력 조절이 수월한 LNG가 거론된다.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원전, 상용화 초기 단계인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비교하면 단기간 내 전력 수급을 보완하기에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막대한 에너지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송·배전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인프라 설치를 둘러싼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정치적·사업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새만금 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기업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계열사 전반적으로 역할이 부각되고 기업가치가 커지면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작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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