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어붙인 프로젝트리츠…PFV 전환율은 아직 '제로'
입력 2026.03.16 07:00

정부 PF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

프로젝트리츠 신고 사업 2건뿐…PFV 전환은 0건

공모 부담·규제 강화에 "실익 체감 어렵다" 지적

투자자들 "운용사만 돈 버는 구조 아니냐" 시각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대안으로 추진해 온 프로젝트 리츠(REITs) 제도가 기대와 달리 확산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제도 도입 이후 실제 시장에서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된 개발사업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면서,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존 PF 개발사업을 수행해 온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서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PFV에서 프로젝트 리츠로 설립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리츠는 부동산 개발 단계에서부터 리츠를 활용하는 개발 특화형 구조다. 기존 PFV 방식이 개발 이후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사업을 종료하는 구조였다면,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부터 준공 이후 운영까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수행하며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러한 장점을 앞세워 프로젝트 리츠를 PF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동산 개발 구조의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 등을 통해 프로젝트 리츠 제도를 도입했고, PF 사업을 보다 안정적인 자기자본 기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현재까지 프로젝트 리츠로 추진되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리츠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프로젝트 리츠로 신고된 사업은 HL리츠운용이 추진하는 성수동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2건에 불과하다.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제 적용 사례가 제한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PFV 대비 프로젝트 리츠의 실질적인 장점이 시장에서 크게 체감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PFV 구조만으로도 개발 이후 일정 기간 임대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개발사업에서 PFV를 통해 건물을 준공한 뒤 일정 기간 임대 운영을 진행하다가 매각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10년 정도의 임대 운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PFV로 개발을 하고 준공 이후 임대를 운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라며 "굳이 공모와 공시, 감독 부담이 큰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리츠 구조가 오히려 규제 부담을 늘린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이후에도 리츠로서 자산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만큼 공시와 감독 의무가 상대적으로 강화된다. 분기마다 사업 투자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의무도 적용된다.

    또한 차입 한도 역시 자기자본의 일정 배수로 제한되는 등 PFV 대비 재무 구조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개발사업 특성상 자금 조달의 유연성이 중요한데, 이러한 규제 요인이 오히려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 부담 역시 시장에서 프로젝트 리츠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리츠는 기본적으로 공모를 통한 투자자 참여를 염두에 둔 구조다. 준공 이후 리츠가 자산을 계속 보유하려면 공모 절차를 거쳐 일반 투자자에게 지분을 분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금리 환경 변화로 기관투자자(LP)들의 개발사업 참여가 줄어들면서 공모 리츠 시장 역시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국내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선호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프로젝트 리츠의 실질적 수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리츠가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자산운용사의 사업 연속성을 강화하는 구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PFV, 펀드, 일반 리츠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이 있다"며 "프로젝트 리츠가 추가적인 수익이나 안정성을 제공하는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사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개발 이후에도 자산을 계속 운용하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기존 구조를 바꿀 이유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고 거들었다.

    자산운용사 내부의 조직 구조 역시 프로젝트 리츠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많은 개발사업이 PFV 형태로 추진되면서 펀드 운용 조직이나 개발사업 부서가 자산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프로젝트 리츠로 전환될 경우 자산 운용이 리츠 운용 조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데 이 과정에서 조직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PFV로 추진된 사업을 프로젝트 리츠로 바꾸면 담당 조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굳이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리츠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 자체보다도 투자 매력을 갖춘 자산이 먼저 등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모형 리츠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임대 수요와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프로젝트 리츠 제도를 장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확산 여부는 앞으로 몇 건의 성공 사례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앞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리츠가 성공하려면 결국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 하는 좋은 자산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 대부분의 개발사업은 PFV 구조로도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리츠로의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