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두고 '완승' 없는 자문사 권고…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입력 2026.03.16 14:22|수정 2026.03.16 14:23

ISS·글래스루이스 권고 대부분 마무리

이사 선임안 두고는 양측 해석 엇갈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이 주요 변수

  •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핵심 쟁점인 이사 선임안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결국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가 이번 주총 표대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금주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 선임안이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고려아연 측은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별도의 설명 세션을 진행하는 등 주주 설득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사실상 어느 한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줬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고려아연 측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내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9명이지만 직무가 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최윤범 회장 측 11명, 영풍·MBK파트너스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을 제외하면 최 회장 측 6명, 영풍·MBK파트너스 측 3명이 남는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5인 선임안을 제안하며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을 후보로 올렸고, 미국 합작법인 크루서블 JV는 월터 필드 맥라렌(Walter Field McLallen) 후보를 추천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사 6인 선임안을 제시했다. 현재 의결권 기준 지분은 영풍·MBK 측 약 42%, 최 회장 측 약 39%로 격차가 크지 않아 국민연금(지분 약 5%)의 표심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현 이사회가 지지하는 ‘이사 5인 선임안’에 찬성을 권고하고,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안’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5인 선임안이 개정 상법 시행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고려한 구조로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ISS는 이사 후보 추천과 관련해서는 △황덕남 사외이사 △월터 필드 맥라렌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최병일 사외이사 △이선숙 사외이사 등을 찬성 권고 대상 후보로 제시했다. 또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후보인 이민호 사외이사 선임에도 찬성을 권고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MBK·영풍 측은 ISS가 최윤범 회장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ISS가 고려아연 측에 전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이사 5인 선임안 중 3명은 MBK·영풍 측 추천 인사이기도 해서 전적으로 고려아연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ISS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반쪽 찬성’은 균형적인 시각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ISS가 고려아연 측의 최윤범 회장과 MBK·영풍 연합의 최연석 MBK파트너스 파트너(부사장) 등 양측 인사에 대해 각각 반대를 한 것이 균형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ISS는 “특정 후보에 대한 찬성 권고는 다른 후보들이 부적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추천된 후보 조합이 전체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 회사 측이 추천한 이사와 감사 후보 4인, 미국 측이 추천한 후보 1명 등 5인에 대해 전원 찬성을 권고했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4인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지지하는 후보인 최윤범 사내이사 후보에도 찬성을 권고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이 대부분 나온 상황에서 결국 국민연금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고려아연 측에서는 이사회 의장인 황덕남 사외이사 선임 여부가 특히 중요했는데 찬성 권고가 나오면서 한숨 돌린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황 의장은 공개매수 이후 유상증자 발표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있었던 인물이지만, 이번 권고를 통해 시장 분위기가 일정 부분 바뀌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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