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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삼성은 ETF 점유율 경쟁을 넘어 매체 선점과 광고 문구까지 맞붙는 상황이고, 업계에서도 이들의 '광고 전면전'은 이미 유명합니다."(한 자산운용사 운용역)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경쟁이 단순한 상품 승부를 넘어 마케팅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익률·라인업 경쟁에 더해 매체 선점과 집행 채널 확보를 둘러싼 '장외 신경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12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 운용사가 일부 광고 대행사에 경쟁사 광고 집행 여부를 사전에 공유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직접적인 문구 경쟁을 넘어 매체 확보 단계에서부터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광고 대행사들 사이에선 특정 대형사 물량 집행이 경쟁사와의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직접 광고를 둘러싼 신경전도 반복됐다. 지난해 양사는 각각 '스포츠카 경주' 콘셉트 광고를 잇달아 선보이며 주황색과 푸른색 차량을 등장시켰고, '자유의 여신상'을 소재로 한 영상 광고를 통해 경쟁사를 암시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광고를 매개로 한 상징적 메시지 경쟁이 사실상 상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서로를 직격한 사례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삼성운용이 공개한 'KODEX ETF로 투자하는 이유' 시리즈가 과거 미래에셋운용의 'TIGER ETF로 투자하는 이유' 문구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일부 문구를 교체한 일이 있었다. 이에 삼성 측은 정기 교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인 버퍼형 ETF를 자사 채널을 통해 상품성 중심으로 평가하거나, 기자간담회에서 타사의 커버드콜 ETF 고분배율 전략을 에둘러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양사 간 미묘한 긴장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 같은 광고 경쟁 심화의 배경으로는 시장 구조 변화가 거론된다. ETF 순자산이 400조원에 근접하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관 중심(B2B)에서 리테일 중심(B2C)으로 무게추가 이동했다. 브랜드 인지도와 노출 빈도가 자금 유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광고 예산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자산운용사 간 마케팅 과열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 위험 고지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광고선전비 규모는 경쟁 강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운용은 178억618만원, 삼성운용은 153억332만원을 집행했다. KB자산운용(61억8645만원)과는 두 배 이상 격차가 난다. 2024년에도 미래에셋 171억1141만원, 삼성 154억2319만원으로 두 대형사만 자산운용업계서 유일하게 100억원 이상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시장 확대 국면에서 광고가 사실상 필수 비용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대형사의 광고 경쟁은 광고 매체 단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지하철 전동차 내부, 역사 입간판, 엘리베이터 디지털 패널 등 고정 노출 매체의 계약 단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기간이 길어 선점 효과가 큰 구조 탓에 1년 단위 지하철 광고 계약 단가는 전년 대비 20~30%가량 상승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TF 광고 수요 확대가 매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운용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옥외 광고 단가뿐 아니라 유명 경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비용도 동반 상승하면서 대형사와 동일한 강도로 맞붙기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하우스 규모 차이상 광고 물량으로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며 "단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수익성 관리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사 측은 광고선전비 역시 각 사가 감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ETF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인프라를 구축해온 만큼 브랜드·마케팅 측면에서 일정 부분 우위를 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재편된 ETF 시장 특성상 광고 경쟁은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두 대형사 간 경쟁이 격화되며 광고비 지출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고, 그 여파로 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입력 2026.03.1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13일 07:00 게재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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