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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이사의 임기를 가변화하려는 시도에 기관들이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오는 18일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선임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을 의결한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총에서의 큰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관 변경 안건의 경우엔 잡음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양사가 상정한 정관 변경 안건의 요지는 현행 3년으로 고정된 이사의 임기를, '3년 이내'로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정관(각각 25조, 28조)에는 '이사 및 사외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로 명시돼 있는데, 각 회사는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문구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시도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개정 상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들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한다.
집중투표제가 시행된 이후부턴, 외부의 세력들이 결집한다면 대주주의 의사와 무관한 인사가 이사진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이사진의 임기 만료시점을 다변화하고, 한 해에 선출하는 이사의 수를 최소화함으로써 경영권이 외부에 노출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현대모비스와 기아 등이 이사진의 그룹을 나눠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하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시차임기제는 한 해에 최소 1인~2인까지 이사를 선임해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다수의 기관들은 반대하는 내용이란 점이 변수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18일 열리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주주총회에서 이사 임기를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세부기준 16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외이사의 임기를 단축하거나 연장하여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상법개정 취지를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다"고 밝히며 ▲이사의 수 상한 신설 ▲감사의 정원 신설 또는 축소 ▲이사의 임기 유연화 ▲전자주주총회 배제 안건 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방침을 위탁운용사들에 공식적으로 전달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SDS에 주요 주주로 등재된 일부 기관 투자자들 역시 반대표 행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S의 경우엔 소액주주연대가 이사회 전원에게 "집중투표제 무력화 시도 중단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선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별다른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다"며 "이사의 임기를 다변화 한다는 건 주주권익이 침해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해 내부 방침에 따라 반대표 행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외에도 이사의 임기를 조정해 경영권 노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활발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만 GS, 한화솔루션, 효성중공업, 에스엠, 대웅, 녹십자, 세방전지, 엘엔에프, 오뚜기, 종근당, LS일렉트릭, 파라다이스, 오뚜기 등 코스피 상장사 21개사와, 코스닥 2개사가 이사 임기의 가변화가 가능하게끔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상법 개정으로 인해 자사주 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3%룰 의무화 등 부담이 상당히 커진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반대로 기관투자가들이 제동을 거는 모습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입력 2026.03.18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17일 15:55 게재
삼성전자·SDS 등 이사 임기 가변화 정관 변경 추진
국민연금 반대 결정…주요 기관들 반대표 행사 움직임
코스피 20곳 이상이 이사 임기 유연화 추진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