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가결됐지만…'직장인의 별' 삼성전자 임원들은 뒤숭숭
입력 2026.05.28 07:00

취재노트

삼전 성과급 합의안 가결…노노 갈등 시작

노사 성과급과 임원진 협상은 별개

DS 직원 6억 성과급에, DX 임원들은 '허탈감'

지난해 부서이동 임원들은 희비(喜悲) 엇갈려

지원부서 성과급 책정이 또 다른 뇌관될 수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평균 연봉 7억4000만원, 약 13만명의 근로자 중 0.7%만이 오를 수 있는 삼성전자 임원이란 타이틀은 사실상 직장인 커리어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상, 다른 대기업을 압도하는 예우는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부심이다. 해가 떠 있을 때 출퇴근하는 건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는 꿈꾸기도 어려운 '격무'에 시달리지만 직장인이라면 한번쯤은 오르고 싶은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했던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27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내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기존의 성과급 기준의 틀을 깨고 신(新) 소득계층의 탄생을 예고한 반도체 DS부문은 축포를 터트렸지만,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잣대가 적용된 모바일·가전 DX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노노(勞勞)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삼성전자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들 역시 뒤숭숭하다. 치열했던 경쟁에 대한 보상,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한 보답으로 여겼던 수억원대의 연봉은, 이제부턴 적어도 삼성전자 내에선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

    임시 계약직에 가까운 삼성전자 임원들은 노사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매년 통보에 준하는 임금 협상을 통해 연봉을 책정받고 연말엔 개별적으로 성과급의 규모가 결정된다. 이번 노사 협의에선 일반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가 확정됐지만, DS·DX 부문을 막론하고 임원들에 대한 처우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미 임원들의 올해 성과급과 연봉 협상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마무리 됐다.

    마냥 축배를 들고 있을 것으로만 보이는 DS부문에서도 임원들의 불안감이 감지된다. DS부문에선 많게는 상무급 1명의 임원이 수백명 조직을 관할한다. 구성원들은 이미 수억원 대의 성과급 지급이 기정사실화 했지만, 정작 조직을 운영하는 임원은 이에 준하는 성과급을 받을수 있을지 없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적어도 사업부의 성과와 연동될 것이란 기대감이 남아있는 DS 임원들은 DX에 비해 상황이 나은편이다.

    물론 각자 대표이사가 존재하는 DS와 DX 자체는 다른 사업체로 여겨진다. 현재 상황만 두고본다면, DS부문 직원의 일부는 DX부문 임원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수 십년 간 차곡차곡 채워온 잔고를, 불과 몇 년 만에 쌓아버린 DS 직원들을 바라보는 DX 임원들의 상대적 허탈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지난 수년간 반도체가 부진할 때 삼성전자를 지탱해온 게 DX 아니냐", "전사차원에서 과거의 기준을 폐기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는데 DX에만 옛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느냐" 등 DX 내부의 목소리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자조섞인 불만을 받아내고 바닥으로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려야하는 것은 남아있는 DX 임원들의 몫이 됐다.

    지난해 사업부를 옮긴 임원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포착된다. 삼성전자 내에서 DS와 DX의 인력이동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사업부를 지원하는 부서 또는 품질과 안전 등을 담당하는 기술부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동이 가능한 편이다. 

    특정 기술직 임원을 제외하곤, 발령이 나는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삼성전자 임원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이동하며 한 순간에 연봉 수준이 달라진 임원들 사이에선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누군가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는 소리가 들린다.

    지원부서 또는 컨트롤타워 부서에 대한 성과급 지급 기준은 차차 마련될 전망이다. 성과를 정량적 평가하기 어려운 지원부서를 어떻게 대우하고, 또 그 조직에 몸담은 임원들의 공로를 얼마나 인정해 줄지는 추후 과제로 미뤄져 있다. 

    사실 과거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몇몇 임원들을 향해 수많은 화살이 날아들었던 것처럼, 부문별 성과급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일부 임원들 처우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불붙지 말란 법도 없다.

    누구나 성실히 일하면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삼성전자의 임원이 되면 사회의 인정과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올 것이란 직원들의 희망은 이제껏 삼성전자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직원들의 이런 원동력이 유효할진 미지수다. 

    당장은 특별해 보이는 막대한 성과급 수준은 앞으로 몇 년 지나지 않아 상수처럼 여겨지게 될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 임원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은 이제부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임원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건 앞으로 또 다른 삼성전자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어찌보면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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