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과 비교되는 테슬라 FSD…'갤럭시' 만들어내야 하는 현대차
입력 2026.03.19 07:00

테슬라 주행 데이터 100억마일 임박…기술적 임계점

E2E AI 우위 입증…결국 데이터 싸움이 초석이란 평

피지컬 AI 내세워 현대차와 진영 구축 나선 엔비디아

하반기 출시할 SDV, '갤럭시S1' 제작 위한 포석 전망

  • (그래픽=윤수민 기자)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놨을 때 시장에선 이후로 산업 구조가 어디까지 바뀔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산업을 단말기 경쟁 정도로만 인식하던 노키아나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대부분 강자들이 수년 내 퇴출 수순을 밟았다. 결국 휴대전화 단말기라는 표현 자체가 사어(死語)가 됐다. 지금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대결 진영의 스마트폰 산업으로 질서 자체가 재편됐다. 

    올해 완성차 시장을 두고 '2007년'을 떠올리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올 3분기 정도면 누적 주행 데이터 확보량이 100억마일(약 160억km)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출시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의 완성도나 데이터 축적 속도 등을 감안하면 기술적 임계점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 내 완성차 산업에도 당시 아이폰 모멘텀과 비슷한 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유사한 흐름이 엿보인다. 전기차에선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나 폭스바겐이, 자율주행에선 크루즈와 아르고AI, 모빌아이 등이 각기 사업에서 발을 빼거나 사업 자체를 해체하거나 매각하고 있다. ▲전기차를 동력원이 다른 또 하나의 제품군 정도로 치부한 경영 오판에서부터 ▲100년 넘게 제조업 생태계 최상위에 있던 완성차 산업에 소프트웨터(SW) DNA를 녹여내는 현실적 어려움 등 여러 진단들이 오르내린다. 

    AI가 배울 데이터 싸움으로 판명나는 자율주행 경쟁

    그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진단은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에 전기차는 AI가 물리 세계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플랫폼이자, AI를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한 첫 번째 장치"라며 "대부분 완성차 기업이나 자율주행 SW 플랫폼들은 끝까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거나, 늦게 깨달았어도 추격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다"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만이 AI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차량 판매와 데이터 축적, AI 학습이 하나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AI 플라이휠(flywheel) 구축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자율주행 구현에 활용한 기술은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이른바 엔드투엔드(E2E) AI다. 나머지 대부분 업체들은 규칙기반(rule-based) 방식을 채택해왔다. 엔지니어가 상황별 주행 규칙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2~3년 전만 해도 두 방식의 우위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E2E AI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행 데이터가 쌓이고 나서부터는 기술력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진다는 게 실증되면서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10억마일가량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축적 속도는 물론 성능 개선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동시에 테슬라가 피지컬 AI에 가장 가까워진 기업이라는 평가도 늘고 있다. AI가 특정 기기를 신체 삼아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을 배운 AI에 실제 사람이 하는 노동을 추가 학습시키면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탑재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피지컬 AI 플랫폼 역시 데이터 확보량에서 한 번 앞서나간 기업이 계속 앞서나갈 수 있는 구도라서 테슬라를 높게 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정의선 '깐부회동'으로 부상한 反테슬라 진영

    지난해 하반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깐부회동'을 가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젠슨 황은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국내 기업과 한국 정부에 26만장의 가속기(GPU) 공급을 약속했다. 직후 국내 제조 대기업과 엔비디아가 함께 피지컬 AI를 구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투자업계에선 GPU 설계·판매만 해온 엔비디아가 국내 대기업 제조 현장에 축적돼 있을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엔비디아는 수년 전부터 로봇용 AI 플랫폼 아이작(Isaac)과 물리세계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Drive) 등을 구축해왔다. GPU 판매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까지 현실 세계용 풀스택 AI 생태계를 마련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괄목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단계다. 공장이 없는 엔비디아 혼자 자체적으로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현실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 

    직후 현대차그룹에선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던 송창현 전 42dot 대표 겸 AVP본부장이 사임했다. 그룹 차원에서 그동안 자율주행 추진 전략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걸 인정하고 대폭 방향을 수정(Pivot)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엔비디아·테슬라를 거친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사장이 신임 AVP본부장을 맡고 있다. 

    차세대 안드로이드가 엔비디아면 현대차는 갤럭시 

    현재 시장에선 엔비디아와 현대차가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거의 맞손을 잡은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연말 수장까지 교체하며 자율주행 전략을 선회했듯 엔비디아도 올해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피벗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가 새로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구심점으로 양사 HW와 SW의 통합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후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S1을 내놓은 과정과 유사하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데모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차량이 테슬라 전기차처럼 직접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면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이를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와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실제 차량과 데이터는 현대차가 공급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테슬라 중심 구도에 일정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나 현대차그룹 모두 절박한 상황에서 기존 전략을 선회하고 맞손을 잡은 구도여서 이번에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그간 수업료로 지불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하지만 늦춰질수록 테슬라와 격차는 물론 이후 피지컬 AI 생태계로 넘어가는 것도 애를 먹을 수 있다. 꼭 해내야만 하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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