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 급락·사이드카 발동…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외국인 '투매' 행렬
입력 2026.03.23 09:51

유가·금리 동반 상승에 위험자산 흔들…삼전·하닉 등 대형주 일제히 급락

환율 1510원 돌파 속 외국인 이탈 가속…"higher for longer 부담 현실화"

  • 중동 전쟁 확전 우려와 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국내 증시가 23일 장 초반 5% 넘게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5500선 아래로 밀렸고, 코스닥도 1120선 아래로 후퇴했다. 글로벌 유가와 금리의 동반 상승,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1.05포인트(3.48%) 내린 5580.15에 출발했다. 오전 기준 코스피는 낙폭을 5% 이상으로 키우며 548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중 저점은 5479.16까지 내려갔다. 코스닥도 31.66포인트(2.73%) 내린 1129.86에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하며 오전 기준 4%대 하락한 1110선에서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약세다. 삼성전자가 5%대, SK하이닉스가 6% 이상 하락하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도 4% 이상 밀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NAVER 등 주요 대형주 전반이 동반 하락세다. 전쟁 수혜주로 분류되던 조선·방산주 역시 약세를 보이며 HD현대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이 하락세다.

    코스닥에서도 성장주 중심의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5% 안팎 하락하고 있고,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로봇주도 전반적으로 약세다. 상승 종목 수가 크게 줄며 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급락 장세 속에서 프로그램 매매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8분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하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818.45로 전 거래일 대비 44.10포인트(5.11%) 하락한 상태였다. 매도 사이드카는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수급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23일 오전 기준 코스피에서 개인은 1조7000억원 이상 순매수 중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세를 보이며 개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방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이탈 배경으로는 금리와 환율 환경 변화가 지목된다. 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됐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간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8%까지 상승하며 할인율 부담을 키웠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중반에서 1511원까지 상승했다. 금리 상승과 환율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간밤 미국 증시도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와 금리 상승 부담이 겹치며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96%, S&P500은 1.51%, 나스닥은 2.01% 내렸다. 특히 나스닥이 200일선을 하향 이탈하면서 장기 추세 훼손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대 하락하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달러대, 브렌트유는 110달러를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중동 내 에너지 시설 공격 가능성이 공급 차질 우려를 자극한 영향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이는 다시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으로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유가와 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이러한 'higher for longer' 환경이 연말까지 증시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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