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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산업 전반에 공급망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조선업종 역시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선가가 수주 시점에 고정되는 구조인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급이 흔들리며 에틸렌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LG화학은 나프타 공급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에틸렌은 조선소 철판 가공·절단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선박 건조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확보한 에틸렌 재고는 이르면 1주, 길어도 1개월 내 소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화학업계와 조선업계 간 협의를 통해 단기 물량 확보에 나섰다. 당장의 수급 불안은 일부 완화된 상태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단 평가가 나온다.
공급 차질은 단일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에틸렌 가격 상승은 플라스틱·화학 소재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구조다. 조선업 전반의 원가 구조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2022년 상황을 다시 거론한다. 2022년에는 카타르향 대규모 발주가 쏟아지며 국내 조선 3사는 LNG선 발주를 쓸어 담았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일부 물량은 '적자 수주'로 전환됐다. 2022년 조선사 3사는 일제히 영업 손실을 냈고, 2023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점치지만, 이때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조선업 특성상 수주받은 금액은 정해져 있는데 원자재 값이 오르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신조 수요가 줄 수 있단 시선도 있다. 카타르 등에서 운용되던 LNG 운반선 일부가 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해운사들이 신규 발주 대신 대기 중인 기존 선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지역 LNG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이 경우 신규 LNG선 발주 계획이 축소될 수 있다.
당초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는 올해 발주 물량이 전년 대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발주가 기대에 못 미쳤던 만큼 이연 수요가 올해로 넘어올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협상력을 바탕으로 선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최근 들어 전제 자체가 흔들리며 이 같은 기대가 약화됐단 분석이 나온다. HJ중공업과 대한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도 영향권에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 조선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크게 낮췄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각각 기존 대비 33% 낮췄다. HD현대중공업은 52만원에서 35만원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61만원에서 41만원으로 조정했다. 한화오션에 대해서는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4%낮춘 7만2000원으로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23% 떨어트린 2만3000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주가 대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투자의견은 ▲HD현대중공업 중립→비중축소 ▲HD한국조선해양 매수→중립 ▲삼성중공업 중립→비중축소 ▲한화오션 비중축소 유지를 제시했다. 노무라는 ▲신조선가 지수가 꺾이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단 점 ▲전쟁으로 인해 급등했던 운임이 정상화됐단 점 ▲방산 수주 등의 호재가 선반영 돼 추가 상승 동력이 부족하단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 증권사 조선업 관계자는 "나프타 등 핵심 소재에서 '쇼티지'가 발생할 경우 조선뿐 아니라 건설·철강 등 전방 산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발주 기반 산업이 특히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장기화하면 조선사들은 하반기 수익성을 관리하는 데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발주 계획을 수립한 해운사들이 단기간 내 투자 전략을 급격히 수정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물류 경로가 복잡해질 경우 오히려 선박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매크로 변수를 낙관하긴 어렵다.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향후 수습 및 파급 효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력 2026.03.24 10:5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24일 10:54 게재
나프타 쇼크에 에틸렌 차질
조선 공정도 타격 우려 확산
22년도 적자 수주 경험 거론
노무라證, 목표가 큰폭 하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