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솔루션의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에 시장 반발이 거세다. 회사가 재무 부담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단 인식에 주가는 발표 당일 18% 이상 폭락했다.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사회는 주주충실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단 평가다.
한화솔루션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720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총 모집금액은 약 2조3976억원이다.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투자보다 빚을 갚는 구조로 인식되면서다. 2조4000억원 가운데 약 9000억원만 설비 투자에 쓰인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채무 상환'이다. 주주에게 재무 부담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채무 부담이 크긴 하다. 2025년 기준 순차입금은 약 12조6000억원, 부채비율은 196% 수준까지 올라왔다. 신용등급 하방 압력도 이어진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어 있다.
회사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2024년과 2025년에 걸친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차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신용등급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중장기 대응 방안 가운데 유상증자가 가장 최적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부담을 털어낸 뒤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은 일견 납득이 간다. 재무 부담이 줄면 회사 체력도 나아지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재무 부담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현재 한화솔루션 재무부담 상당수는 지속된 태양광 투자가 기대한 실익을 거두지 못해 발생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는데 태양광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4년여 동안 주주, 금융기관, 계열사, 다시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상황을 반복하는 셈이다. 주주가 한 번 더 자본을 채워준다고 하더라도 다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장부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매해 3조원 안팎의 순차입금이 계속 쌓이고 있다. 빛이 줄지는 못하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얘기"라며 "한화솔루션보다 매출 볼륨이 큰 회사도 순차입금이 10조원을 넘어가면 이자 부담 때문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사업에 계속해서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서 재무구조가 꼬였다"라고 말했다.
주가 오를까…증권가는 '매도' 리포트
주주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주 발행 물량이 적지 않다. 주당 신주배정 비율(약 0.34)을 감안하면 1000만원어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약 340만원을 더 넣어야 기존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분이 희석된다.
주주들이 신주를 사겠다는 마음을 가지려면 주가가 더 오른다는 계산이 서야 한다. 하지만 회사 사업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태양광 사업은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돼 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안으로 태양광 보조금이 축소되며 핵심 수익 모델이던 TPO 사업까지 흔들렸다. 기존 화학·소재 사업 부진은 더 악화하는 모습이다. 스페이스 X 기대감으로 논란이 됐던 '우주 태양광' 시장이 열려도 국내 업체들이 받을 수혜는 극히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증권가에선 이미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DS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변경하고 "유상증자 효과가 미미하다. 신규 투자 9000억원은 시기상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화 참여 방식에 쏠리는 시선
소액주주 참여가 저조할 경우 ㈜한화가 초과청약에 나서 증자 흥행을 떠받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36.3%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지분 전량 청약만으로도 약 87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IR 자료에 따르면 보유 지분 100% 이상 참여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한화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13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대규모 증자 참여를 위해서는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보유 자산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자금 마련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떤 방식이든 부담이 적지 않다. 이사의 충실의무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자금 조달은 특정 계열사에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불과 3개월 전에도 한화솔루션은 계열사에 한화퓨쳐프루프 지분을 넘기고 8500억원의 현금을 받아오기도 했다. 거래 구조가 복잡해서 당장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는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실질은 결국 계열 우회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유증에 대한 불신, 불만을 넘어서 참여 실익을 따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스페이스X와의 협력 등 해외 태양광 사업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본업인 석유화학 산업이 중동사태 한복판에 놓여 있다. 자회사 여천NCC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적지 않은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다. 사업 전반 턴어라운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데, 향후 실권주 물량까지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가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참여 실익 이전에 회사와 이사회 결정에 대한 책임부터 따져묻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소액주주 플랫폼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결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과 주주 소통 절차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주총 소집공고에서 '발행 예정 주식 수 변경'만을 안건으로 제시했는데 증자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주주 판단을 제한했단 지적이 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증자 일정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주주 반발로 증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 또한 부담이 없지 않다. 철회 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어느 쪽이든 리스크를 안게 됐단 평가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전 우주태양광 기대감으로 한화솔루션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시장에선 당시 주가 상승의 근본적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IR실에서 외부 이슈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게 한화그룹 패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3.27 10:1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3월 27일 10:14 게재
투자보다 '채무 상환'에 방점 찍힌 유증
주주에게 부담 과도하게 전가한단 지적
자금 부족 ㈜한화, 참여 방식에도 관심
금감원, 중점 심사 예고…이변 있을까
반대하는 소액주주, 벌써 결집 분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