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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9%를 돌파하며 지난 2022년 9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 유사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채권 수익률 감소로 인해 일부 기관의 환매 요구가 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기시감이 감돈다는 평가다.
3월31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52%,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879%로 집계됐다. 각각 3.6%, 3.9%대를 넘어섰다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시장 불안을 일축하는 발언을 하자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2.50%와 105bp(1bp=0.01%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해당 수치는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감돌았던 당시 115.6bp까지 치솟은 바 있다. 채권 금리가 이미 금리 인상을 반영 중인 셈이다.
채권 수익률이 감소하자 시장에서는 일부 기관들의 채권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환매 요구가 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분기 말 환매 시즌과 금리 급등까지 겹치면서 채권형 펀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며 "운용사의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수급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과거와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번 금리 상승 국면에서 기관들의 환매 요구가 금리를 추가로 밀어 올리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최근 환매가 많아 금리를 자극한다는 체감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지난해 4분기나 올해 초 주식시장 강세 구간에서 단기채 펀드 중심으로 환매가 집중됐던 시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한 달간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자금이 일방적으로 채권에서 이탈하는 흐름도 아니다"라며 "환매보다는 글로벌 금리 상승이라는 외생 변수가 국내 금리 레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국내 금리까지 연동되는 흐름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가 한 차례 더 튀면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도 함께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수급 측면도 부담 요인이다. 국채 발행은 조정되는 흐름이지만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첨단채) 등 정책성 자금 조달 확대에 따른 특수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해당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변동성 확대가 겹치며 유동성 프리미엄이 다시 붙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첨단채 등 특수채 발행 증가와 함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국면"이라며 "금리가 너무 튀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 떨어지는 물건이 비선호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는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마르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히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금리가 급등하고,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채권발행시장(DCM)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다. 이후 정책당국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당시와 같은 급격한 유동성 경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국 역시 이번 시장 불안을 '시스템 리스크'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중동 사태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외환 및 달러 유동성 측면에서 구조적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인식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수급 왜곡이 맞물릴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DCM 헤드는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발행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조달 비용 부담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4.02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01일 10: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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