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단계 머문 SK하이닉스 ADR…증권가는 재평가 기대감
입력 2026.04.02 14:10

SEC 비공개 제출 이후 구조·규모 논의 중

주관사 선정 전 美기관 수요 확인 절차 돌입

실적 상향 속 ADR 기대 반영…목표주가 상향

수요 확보가 관건…美투자자 반응에 성패 갈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발행 구조와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기업가치 재평가 계기로 해석하면서 목표 주가에 기대감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도 발송한 상태다. 주관사는 아직 선정되지 않았으며, 공모 구조와 발행 규모 등 주요 조건도 확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 규모와 방식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과 자사주 활용 여부를 포함한 구조 전반이 모두 검토 단계라는 설명이다.

    현재 단계는 본격적인 공모 절차 이전의 초기 국면으로 평가된다. 통상 ADR 상장은 비공개 제출 이후 규제 당국과의 질의응답을 거쳐 공개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수요를 사전에 점검하는 일명 '탭더워터'(Tap The Water)'단계도 병행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역시 기관투자자 반응을 확인하는 절차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공모 조건이 확정되기 이전에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의향과 적정 밸류에이션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실제 투자 수요 확보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만큼, 향후 딜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다. 국내 주식을 기초로 발행돼 미국 투자자들이 달러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고, 미국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자본시장 전략으로 활용된다.

    다만 구조상 국내 주식과 ADR간 가격 괴리가 발생할 경우 차익거래가 가능해져 해외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역유입'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일부 국내 기업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할인 거래되면서 ADR이 원주로 전환돼 국내 시장에서 매도되는 사례가 반복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최대 15조원 수준의 신주 발행과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고 기존 주주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구조로 해석된다. 특히 최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율 20% 유지 필요성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구조적 대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가에서는 ADR 추진을 긍정적인 이벤트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고,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날 국내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목표주가를 160만원으로 올리고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을 36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 대비 약 10조원 가까이 상향된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대비 40% 이상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가 ADR 신청서를 비공개 제출한 점도 주가 재평가 근거로 제시했다.

    ADR 상장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기업의 ADR이 미국 시장에서 할인 거래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실제 투자자 수요 확보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투자자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여전히 경기 민감 업종으로 인식할 경우 기대만큼의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향후 관건은 투자자 반응과 딜 구조 확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주관사 선정과 발행 규모, 구조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시장 평가도 점차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진행되는 수요 점검 결과에 따라 공모 조건과 흥행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대외 변수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장중 코스피 급락과 함께 6% 이상 하락 전환했다. 이는 ADR 추진과는 별개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