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회사채 발행 '스톱'…단기물로 몰린다
입력 2026.04.06 07:00|수정 2026.04.06 16:33

AA급 발행 일정 줄줄이 연기

크레딧 스프레드 1년내 최대

CP·전단채 단기물은 200조 돌파

  • 시중금리 급등세가 이어지자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제동이 걸렸다.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며 회사채 조달에 나서기보다 발행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 수단으로 우회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AA-)은 당초 이달 초 예정됐던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4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하나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AA-) 발행 일정을 같은 시기로 연기했다. LS일렉트릭(AA-)과 에쓰오일(AA+)은 일정 자체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발행 주관사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던 기업들조차 타이밍을 재조정하는 분위기다.

    그 배경으로는 현재 금리 레벨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날 종가 기준 3년물 AA-등급 기준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는 64.5bp(1bp=0.01%포인트·회사채 3년물 4.093%, 국고채 3년물 3.448%)까지 확대됐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확대 흐름을 보였는데, 최근 1년 새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AA급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개별 민간평가(민평) 금리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높게 형성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통상 AA급 우량물은 민평 대비 소폭의 스프레드로 발행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 상황이다.

    한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요즘 AA급은 개별 민평보다 발행금리가 두 자릿수 베이시스포인트(bp) 이상 높게 나오고 있어 발행사 입장에서는 조달 비용이 기대치를 상회한다"며 "금리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큰 A급이나 증권채 쪽이 오히려 투자자 수요를 더 잘 모으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만기 도래 물량 규모도 여전하다. 4월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 규모는 10조6471억원이며, 5월 4조6770억원, 6월 6조7632억원 등의 순이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조달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고금리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무리하게 발행보다는,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 단기물로 버티다가 환경이 개선되면 재진입하겠다는 판단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자금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직결되고 있다. CP와 전단채 시장에서는 발행 수요가 최근 몇 주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CP와 전단채 발행 규모는 지난 3월 들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일반 회사와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발행 물량이 128조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물 위주로 조달해 금리 인하 시점을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앞의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 '일단 짧게 버티고 금리 안정을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단기 자금시장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발행어음, 머니마켓펀드(MMF), 반도체 기업의 자금 등 실물 수요가 뒷받침하면서 매수 여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물 쏠림이 장기화할 경우 만기 미스매치(불일치)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증권사 DCM 헤드는 "금리 피크가 확인되지 않는 한 차환 여력이 있는 발행사들이 서둘러 회사채 시장에 나올 유인이 없다"며 "금리 안정이 가시화돼야 연기됐던 발행 물량들이 다시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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