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VC도 주춤…투자시장에 다시 뜨는 ‘무적의 라이센스’ 신기사
입력 2026.04.10 07:00

중소형 PEF 중심으로 신규 취득 움직임 확산

투자·출자 시장 위축 속 신기사 장점 재부상

증권사들 '모험자본' 확대 기조 속 적극 투자

  •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와 출자 환경이 동시에 얼어붙은 가운데,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라이선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라이선스 취득 움직임이 이어지며 시장 내 관심이 다시 커진 분위기다. 특히 ‘모험자본’·‘생산적 금융’ 테마가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라이선스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에 신기사 라이선스 발급을 신청하고 절차 진행을 기다리는 곳은 10여곳에 달한다. 금감원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인력이 제한적인 데다 인사 변동 등의 영향으로 수요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는 신기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이 약 11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신기사 라이선스 발급을 준비한 중소형 PEF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도 추가적으로 준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비교적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신기사 라이선스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PEF와 VC 업계는 투자와 출자 환경이 동시에 위축되며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복상장 규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서 회수 기대가 낮아졌고, 신규 투자에 신중해졌다. LP들은 출자 속도를 늦추면서 블라인드펀드 결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여러 면에서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해 최근 여러 회사들이 신규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며 “규모나 회수 텀 측면에서 일반 PE 투자와는 차이가 있지만, 빠르게 소액으로 여러 건에 투자하고 회수하는 비교적 ‘야생의’ 투자 경향이 최근 트렌드와도 맞는 점이 있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산하에서 감독을 받는 투자회사로, 금감원이 라이선스 등록을 심사·승인한다.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 사모펀드와 달리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아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자기자본을 활용한 직접 투자와 펀드 결성을 병행할 수 있어 딜 구조의 유연성이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기사는 비상장 기업뿐 아니라 프리IPO, 상장사, 메자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투자 스펙트럼이 넓다. 기업이나 금융사로 소위 ‘쩐주(주요 자금 출자자)’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자본금 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에 “일단 확보해두면 ‘싸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라이선스”라는 평가가 나오며 여러 금융사들의 신기사 라이선스 취득이 이어진 바 있다.

    다만 중소형 PEF나 독립계 투자사의 경우 자본금 마련이 가장 큰 장벽이다.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하며, 차입이 아닌 순수 자기자본으로 이를 충족해야 한다.

    통상 투자 규모가 비교적 더 작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조적으로는 중소형 PEF와 유사한 운용이 가능하다. 신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사실상 투자 비히클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코지피 형태로 법인을 통해 일반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장점이다. PEF는 금융기관 자금을 활용한 출자의 경우 투자심의위원회 등 복잡한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자금 집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기사는 자금 모집도 고액자산가 등 크게 제한이 없어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수억원씩 모아 결성하는 것도 빈번하다. 일부 투자 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과 함께 투자 기간 및 해외 투자 관련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투자시장에서 텀이 긴 투자를 기피하는 일부 인력들은 PEF 업계를 떠나 신기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신기사에서는 주로 프리IPO 딜을 수행하기 때문에 1년에도 수차례 딜을 진행하기도 한다. 회수 텀이 빠른 반면, 정교한 투자 검토보다는 ‘딜을 찍는’ 구조인 점은 장단이 있다는 평가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상장 후 ‘따따블’ 수준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캐리 구조를 갖는 PEF와 달리 신기사는 성과 배분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지만, 청산 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구성원들이 나누는 구조도 존재한다. 회수 텀이 짧은 만큼 성과 보상 주기도 빠른 편이다.

    신기사가 주목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10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 출자 대상이 제한되면서 비상장 기업이나 소규모 상장사, 증권사 PB센터 등을 통한 PEF 출자 길이 막힌 투자자들이 증권사 신기사를 대안으로 찾았다.

    여기에 최근 ‘생산적 금융’ 기조가 확산되며 증권사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신기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6년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업 겸영을 허용하면서 20곳이 넘는 증권사가 해당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신기사 투자 부서가 활발한 증권사일수록, 최근 관련 투자 네트워크와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딜 소싱에서도 앞서나가는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도 감지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경우 신기사 차원의 투자는 규모가 꽤 있는 건도 며칠 사이 자체 투자심의위원회만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속도 면에서 따라가기가 힘들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일부 제약도 있지만, 자금 모집이나 출자 결정 등 여러 규제 면에서도 자유로운 부분이 많아 여러 딜에서 ‘무적의 라이선스’로 여겨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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