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주총서 CB 한도 22배 늘린 삼성SDS...'풋옵션 없는 6년' AI 동맹
입력 2026.04.15 15:33

주총서 CB 발행 한도 상향…정관 변경 직후 대규모 발행

6년 만기에 콜ㆍ풋 없어...KKR도 '리스크 테이킹'

6조 현금에 1.2조 수혈…M&A·AI 데이터센터 등 기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SDS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환사채(CB)를 활용한 배경은 무엇일까. CB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삼성SDS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당시 정관 변경을 통해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이번 '동맹'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6년간 조기상환 및 조기매수(콜옵션, 풋옵션) 없이 완전히 닫힌 구조라는 점이 이번 CB의 특징이다. 1년에 약 300억원(2.5%)의 이자를 제공해 KKR의 펀드 운용 부담을 줄이면서, 전환가액은 시가 대비 19% 높게 설정해 삼성SDS의 지분 희석 부담도 함께 줄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제15조 '전환사채의 발행'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 670억원이었던 한도를 22배가 넘는 1조5000억원까지 대폭 확대했다. 동시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정을 삭제하며 자본조달 수단을 CB로 일원화했다.

    당시 삼성SDS는 "회사의 잠재적인 자본조달 전략 및 최근 자본시장 환경을 반영하여 활용도가 높은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상장회사 표준정관을 고려해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주총에서 무난히 가결됐다. 삼성SDS는 한도를 늘린 지 한 달 만에 한도의 80%에 달하는 발행에 나섰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KKR에 대한 CB 발행과 관련해 양사의 교감이 사전에 일정부분 진행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SDS는 이번 CB와 관련, 6년의 장기 락업 조건을 걸고, 콜·풋옵션 등 조기상환권까지 배제했다. 6년간 이탈 없는 파트너십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정도 규모의 CB 발행에서 조기상환권이나 조기매수권이 완전히 배제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앞서 2011년 롯데쇼핑의 1조원 규모 CB 발행의 경우, 5년 만기에 3년 풋옵션 조건이 달렸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2014년부터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점포 유동화 등 자산 매각에 나서기도 했다.

    6년간 조기상환이 전면 배제된 구조를 두고 사실상 유상증자와 다름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전체 발행주식의 8%를 넘는 물량을 넘기면서 KKR이 리스크를 전담하는 구조라서다. 이를 통해 삼성SDS는 오버행 리스크를 피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KKR은 6년 뒤 1.2조원을 전액 현금으로 상환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연 2.5% 수준의 이자를 받으며 6년간 투자했는데 원금만 건진다면 KKR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실과 다름없기 때문에 '리스크 테이킹'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조건 또한 독특하다. 보통 CB는 3개월마다 이자를 납입하는데, 삼성SDS는 1년 단위로 지급한다. 금리는 2.5%로 연 305억원 수준이다. 시중은행을 통한 조달 비용보다 저렴하다. 삼성SDS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KKR이 최소한의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KKR이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삼성SDS의 지배구조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환 시 KKR의 예상 지분율은 약 8.06%로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에 근접해진다. 이재용 회장의 현재 지분율은 9.2%로 전환 후엔 8.46%로 희석된다. KKR이 단순 투자자를 넘어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뒤 삼성SDS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날 삼성SDS의 주가는 전일 대비 17.8% 오른 17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0% 이상 급등하며 18만원선을 한때 넘어서기도 했다.

    CB 발행 시 지분 가치 희석, 오버행 등의 우려로 주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닌, AI 투자 확대 및 M&A 가능성 등이 주가 향방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는 이번 투자금과 기존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6조4000억원)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구축 및 AX(인공지능 전환) 사업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KKR은 M&A를 포함한 성장 전략,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 자본 활용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퍼스케일러 등 국내 AI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에 KKR이 중장기 베팅을 한 것"이라며 "KKR 역시 삼성SDS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야 성공적인 투자회수(exit)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M&A) 자문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삼성SDS의 신사업 지원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