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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발행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공모채 대신 사모채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신속한 조달에 나서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확보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토지신탁은 총 5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200억원 규모이며, 발행금리는 5.6%, 6.1% 수준이다. 지난해 4월 공모채(500억원) 발행 당시보다 조달 금리를 낮췄다.
대한항공은 이달 10일과 13일 각각 500억원,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찍었다. 지난 2021년 이후 약 5년만의 사모 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다. 대한항공의 사모채 조달 금리는 4.3%로 마찬가지로 앞서 3월 공모채(2320억원)보다 금리가 낮다.
이 밖에도 토스플레이스(1000억원), 이지스자산운용(120억원), SK이터닉스(600억원) 등이 이달 들어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투자 수요가 비교적 견고한 이른바 '알짜 이슈어'들은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금리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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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채 시장 분위기는 지난 3월부터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 이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국고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4월 1일~14일) 회사채 순발행액은 -7760억원으로 상환 우위로 돌아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22억원 순발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3월 한달간 순발행액 규모 역시 2025년 2941억원에서 2026년 226억원으로 92.3% 줄었다.
사모채를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 제출과 발행금리 결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같은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기관이나 증권사 등과 개별적으로 조건을 맞춰 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모채는 수요예측 부담이 큰 만큼, 공모 발행 자체를 꺼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4월 한 달간 공모채를 발행했거나 발행 일정이 확정된 기업들(호텔신라, 포스코인터내셔널, 금호타이어, 이랜드월드, HD현대, 롯데칠성음료, AJ네트웍스, 한온시스템, 삼양식품, 풍산, 롯데하이마트, 롯데케미칼, HL만도)은 총 19곳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8곳)와 비교했을 때 절반이나 줄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흐름을 두고 "공모채 시장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에서 사모채가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 공모채는 수요예측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발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사모채는 타이밍을 빠르게 잡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채 금리 역시 상승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의 자금팀 관계자는 "최근 사모시장 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기 전 선제적으로 조달에 나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공모채 시장의 회복 여부는 대외 변수에 달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안정화하고 금리 변동성이 진정될 경우 하반기 공모채 발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공모 시장이 위축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의 채권시장 관계자는 "결국 이슈어들이 꾸준히 시장에 나와줘야 투자 수요도 유지된다"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공모채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26.04.16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4일 15:07 게재
한토신·대한항공·토스플레이스, 사모채 조달 마쳐
회사채 순발행액 마이너스 전환…금리 급등에 냉각
변수는 대외 불확실성…하반기 공모 회복 '안갯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