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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위산업 지도가 '오렌지색'으로 덮히고 있다. 풍산 방산부문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제는 현대차그룹의 방산 패키지 딜 가능성까지, 방산 시장에서 나오는 모든 매물{설령 설(說)에 그칠지라도}의 종착지는 '한화'라는 이름으로 수렴된다. 이쯤 되면 "방산 딜의 끝은 한화"라는 공식이 세워지고 있다.
한화가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이다. 육군의 자주포, 해군의 함정, 공군의 엔진을 넘어 우주라는 마지막 퍼즐까지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거대한 통합이 가져올 명암(明暗)은 단순히 기업의 덩치 키우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 입장에서도 한화의 공격적인 행보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파편화된 국내 방산 생태계를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K-방산이 해외에서 거둔 쾌거 뒤에는 이런 집중된 자본과 기술력이 있었다.
동시에 경계해야 할 지점은 '독점의 역설'이다. 한 기업이 화력, 기동, 항공, 해상 전력을 모두 장악하면 국가 안보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그 기업의 경영 리스크에 저당 잡히게 된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혁신은 정체되기 마련이고, 정부의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라는 대의명분과 '사기업의 독점'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지금 이 모든 딜(Deal)들은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 시계추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 부문은 이제 그룹의 명실상부 '본체'가 됐다. 방산의 덩치가 커질수록 후계자의 경영 능력은 입증되고,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곳간은 두둑해진다.
한화에 방산 M&A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오너 일가의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를 지키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 곧 가문을 세우는 길"이라는 스토리는 대중과 정치권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한화가 짊어진 '안보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시장은 질문들을 쏟아내야 한다. 방산 공룡의 탄생이 한국 방위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길일지, 오너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 될지.
입력 2026.04.1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16일 10:42 게재
Invest Column
방산 딜만 나오면 모두 한화만 쳐다봐
K방산 수출 경쟁력 vs 오너 승계 확고 수단
"왜 한화여야만 하나" 물음표 많이 던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