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 수혜주 된 HD현대중공업과 STX엔진
입력 2026.04.23 07:00

조선 엔진, 데이터센터 수혜주로

가스터빈 대안으로 부상한 영향

현대중공업이 수주 첫발 내디뎌

한화엔진은 후발 주자로 준비

  • 국내 선박엔진 업계가 미국 데이터센터 수혜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데이터센터 전원으로 쓰이던 가스터빈의 대체재로 선박용 중속엔진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화엔진은 4 거래일 동안 40%가량 올랐다. STX엔진은 지난 21일 장중 5만500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강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선박용 중속엔진이 데이터센터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단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트리거는 핀란드 엔진업체 바르질라다. 바르질라는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에 4행정 중속 가스엔진 40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412MW 전력을 공급하는 규모다. 중속엔진을 가스터빈 대체제로 활용하는 레퍼런스가 나오며 국내 업체들에도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가 확산했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국내 조선 엔진업체들이 데이터센터향 납품 경험은 없었지만, 육상 발전 프로젝트 수행 경험은 충분하다"며 "실제 수주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춘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르질라가 선제적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하면서 시장을 뚫어줬으니 국내 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진이 대안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전력 수급 문제가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급증했지만, 기존 주 전원인 가스터빈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발주 시 납기만 5년 이상 걸리고, 가격도 크게 오른 상황이다. 전력이 당장 필요한 사업자 입장에선 대체재가 필요했고, 이미 선박과 육상 발전에서 검증된 중속엔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술적 강점은 뚜렷하다. 데이터센터는 부하 변동이 크기 때문에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속엔진은 이런 환경에서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대를 병렬로 연결하는 구조라 필요에 따라 설비를 추가할 수 있어 확장성도 높다. 연료 효율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계기로 엔진의 역할이 '조선 기자재'를 넘어 '전력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4행정 엔진 생산업체들의 전체 시장 규모(TAM)가 확대되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료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업체들도 움직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선두에 섰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인 에이페리온 에너지 그룹(AEG)과 20MW급 '힘센엔진' 기반 발전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684MW이며 금액으로는 6271억원이다. 공급 물량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활용될 예정이다. 실제 데이터센터향 엔진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체별 준비 상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 엔진 'HiMSEN'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 발전소 구축(EPC) 경험을 갖췄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중속엔진 캐파를 기존 1000대 수준에서 1300대까지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은 글로벌 엔진사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발전용 엔진을 납품해 온 이력이 있다. 두 업체는 당장의 수혜가 기대되는 후보로 꼽힌다. 

    한화엔진은 아직은 연관성이 없지만 후발 주자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육상 발전용 엔진 사업 확대를 위해선 추가 라이선스 계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에너지 등 그룹사와 연계해 트랙레코드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사업은 단순 엔진 납품을 넘어 발전소 구축(EPC)과 장기 운영·유지보수(O&M)를 포함한 형태로 이뤄질 때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업체들은 O&M 영역에서 뚜렷한 트랙레코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우선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확대에 따라 엔진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증권가 연구원은 "바르질라와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긴 하다"며 "다만 국내 업체들이 실제 수주를 소화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어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수주 발표를 했는데 이후 다른 업체들도 수주가 가시화하면 주가는 추가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 부문 밸류 재평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르질라를 피어그룹으로 두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무리한 비교가 아닐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포인트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육상발전용 자체 라이센스 제품을 보유 및 생산 경험이 있거나(HD현대중공업) 라이센스 제품을 면허생산 가능한 제작사(STX엔진)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행정 중속엔진 제작 능력을 곧 확보할 업체(한화엔진)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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