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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지연되는 가운데 새로운 원매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칼라일 그룹이 매도자 측으로부터 인수 의향이 있는지 문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여전히 우선협상권을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칼라일 아시아 혹은 글로벌 본사 판단에 따라 매각 판도가 출렁일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M&A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칼라일 측에 인수 의향을 물어 왔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본부에서 직접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제안을 받은 수준으로, 아직 별다른 인수 검토는 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은 작년 하반기 본격화됐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율 12.4%)와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 전량이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매각 주관을 맡았다. 작년 11월 본입찰을 거쳐 12월 초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실사 막바지로 주식매각계약(SPA) 체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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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로 주목 받았지만 매각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입찰에선 흥국생명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지만 이후 재경쟁을 거쳐 가격을 높인 힐하우스가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매각 과정에서 공공정이 훼손됐다며 매도자 측 인사들을 고소했다.
힐하우스의 중국계 자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면 국내 전략 인프라가 중국계 자본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힐하우스 우선협상자 선정을 전후해 이지스자산운용 자산들을 회수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힐하우스 우선협상자 선정 후 5개월 가까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힐하우스가 여러 변수에 미온적으로 움직이면서 매도자와 의견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합의에 실패한다면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 최근 칼라일을 접촉한 것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칼라일 한국 사무소 자체 상황으로 보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적극 나서기 쉽지 않다. 현재 청호나이스 인수 실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KFC코리아 인수후통합(PMI) 작업도 분주하다. 인력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추가로 매머드급 거래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독점적 협상권을 가진 인수 후보가 있는 상황에선 다른 후보가 인수 논의를 진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힐하우스가 거래에서 이탈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칼라일도 과거 이지스자산운용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올해 들어 EQT파트너스는 글로벌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 콜러캐피탈을, 베인캐피탈은 호주 자산관리사 퍼페추얼을 인수했다. 힐하우스 역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앞서 일본 대형 주거 개발사 샘티홀딩스를 인수한 바 있다. 부동산 자산개발 부문에 대한 확장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
칼라일 아시아가 '이렇다할 거래'가 없다는 점도 거래검토 가능성을 높힐 요인으로 꼽힌다.
칼라일의 아시아 오피스 수장(X.D.Yang)은 그간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는데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출자자(LP)들이 높은 중국 투자 비중에 부담을 느꼈고, 블라인드펀드 결성조차 애를 먹었다. 반면 아시아 오피스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칼라일 일본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투자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칼라일도 투자·회수 성과를 내고 있다. 칼라일 일본을 이끄는 카즈히로 야마다(Kazuhiro Yamada) 회장은 작년 말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일본 사모펀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 현지팀의 역량과 무관하게 아시아 본부에서 한국의 주요 자산운용사 인수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글로벌 본사와의 역학관계로 인한 여파도 거론된다.
칼라일 아시아 오피스와 워싱턴/뉴욕 본사(HQ)와의 오랜 갈등은 이미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왔다. 아시아 오피스는 그간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 팀원들에게 배분됐다. 이러다보니 "본사보다 아시아 오피스 임원들이 돈을 더 가져간다" vs "아시아 오피스가 번 돈을 본사 실적부진을 메우는데 쓴다"는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다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본사 차원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의 낮은 기대수익률 혹은 공급과잉을 문제 삼거나 칼라일의 플랫폼 전략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반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상황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워 진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가진 힐하우스와 협상 중인 상황으로 칼라일의 인수 의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진행 중인 거래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입력 2026.04.23 15:36|수정 2026.04.23 15:4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23일 15:36 게재
힐하우스 우협 선정 후 5개월째 계약 체결 안돼
최근 모건스탠리 아시아서 칼라일 접촉해 인수 의향 문의
한국서 검토 않지만 아시아 혹은 본사 뜻 따라 달라질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