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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IPO본부에서 대리·과장·차장급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규제 강화와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 철회로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대규모 인력 조정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 호황으로 인해 IPO를 떠나 증권사 내 투자 및 운용 부서로 향하는 직군 전환 현상이 나타나며 이직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IPO 실무진들의 이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NH투자증권 3명, 한국투자증권 3명, 신영증권 3명 등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업계에서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이직 소식이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PO 인력 이탈이 적은 하우스로 꼽히던 KB증권에서도 최근 2명이 퇴사하며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과장급 실무진으로, 외국계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 특성상 인력 이동이 잦은 편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평년 대비 두세 배 수준으로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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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IPO 시장 위축에 따른 구조적 인력 재편으로 보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적자기업의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진 데다, 당국의 중복상장 제한 기조까지 이어지며 상장 가능한 기업 풀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IPO 일감 역시 크게 감소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IPO 공모금액은 2022년 15조 6,300억 원에서 2023년 이후 3~4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대형 증권사 IPO 실무진은 “IPO는 통상 5~6개월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한 데다 서류 작업도 방대한데, 일감이 줄면서 성과급 기대도 낮아졌다”며 “업무 유인이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프라가 탄탄한 대형사 실무진들의 이탈이다. 통상 IPO 시장은 대형사의 브랜드와 네트워크가 딜 소싱에 압도적으로 유리해 인력 유지력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이탈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 내에서 향후 IPO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 IPO 부서장급 관계자는 “최근 이직 사례를 보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정도의 대리, 과·차장급 실무진들이 많이 나갔다”며 “업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행선지에서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통상 증권사를 옮길 경우 동일한 IPO 부서로 가거나, 아예 업종을 바꿨던 과거 현상과는 다른 지점이 관찰된다. 최근 실무진들은 상장 주식 트레이딩, PI(자기자본투자), PE(사모펀드), 신기술금융 등 증권사 내 주식 투자 관련 부서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는 증시 호황으로 실적이 좋아진 투자·운용 부서와의 성과급 격차가 박탈감을 키운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증시가 장기 호황을 이어가면서, 비록 투자금 회수(엑시트)까지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성공 시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들의 발길을 바이 사이드로 돌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 본부 역시 최근 상장 주선 수수료보다 비상장 주식 투자 수익으로 실적을 채우는 실정이니, 실무진 입장에서는 노동 강도가 높은 주선 업무보다 직접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바이 사이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부의 모험자본 확대 기조로 관련 투자 부서들이 신설되고 채용 수요가 늘어난 시점과 맞물린 현상이기도 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은 업황에 따라 인력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곳”이라며 “현재는 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 기대감이 맞물리며 나타난 대규모 인력 재배치 시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입력 2026.04.2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4월 23일 07:00 게재
규제 강화·상장 철회 겹치며 IPO ‘일감 절벽’ 현실화
대형사 포함 핵심 실무진 이탈…“평년 대비 두세 배” 확산
증시 호황에 투자·운용으로 이동…직군 전환 가속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