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효성·LS·HD현대 K전력 '빅3', 1분기 나란히 최대실적
입력 2026.04.27 14:18

북미 매출 급증에 분기 사상 최대 실적 잇따라

변압기 리드타임 3~5년…관세도 발주처가 부담

증설 경쟁 속 공급과잉 가능성·주가 부담은 변수

  • (그래픽=이지연)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와 미국 전력망 교체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빅3'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이 나란히 분기 최대 실적 흐름에 올라탔다.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업황 자체가 공급자 우위로 재편되면서 당분간 실적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이미 1분기 실적을 확정했고, HD현대일렉트릭은 28일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LS일렉트릭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766억원, 영업이익 12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45.3%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당기순이익도 1196억원으로 77.6% 늘었다.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은 북미다. 북미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 급증했다. 전력사업 내 북미 매출 비중은 2023년 1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24%까지 확대됐다. 신규 수주에서 북미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 매출이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지난해 부산 2생산동 준공으로 관련 캐파가 기존 2000억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확대된 영향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배, 전분기 대비 50%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000억원 늘었고, 이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 잔고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

    효성중공업도 비슷한 흐름이다. 1분기 매출 1조3582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으로 각각 26.2%, 48.7% 증가했다. 통상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실적 방어를 넘어 성장 국면을 이어갔다.

    수주 물량도 주목할 만하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4조17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765킬로볼트(kV) 송전망 프로젝트 약 7870억원 규모를 포함한 북미 고수익 수주가 반영됐다.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건설 부문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았지만, 핵심인 중공업 부문의 성장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 기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28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1조1183억원, 영업이익 270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던 만큼, 강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통해 초고압 변압기 캐파를 50% 확대할 예정이며, 울산 본사와 합산하면 연간 약 4000억원의 추가 매출 효과가 기대된다. 북미 매출 비중도 올해 47%, 내년 54%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력기기 '빅3'의 실적은 공급 부족에서 이어졌다. 미국 내 초고압 변압기 수요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급증하고 있다. 변압기 생산에는 숙련 인력 확보와 장기간의 설비 투자, 인증 절차가 필요해 단기간 증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 변압기 공급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3~5년에 달한다. 일부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수년치 생산 슬롯이 예약된 상태다. 글로벌 전력기기 업체인 GE 베르노바(GE Vernova)는 변압기 생산 슬롯이 2031년까지 사실상 채워졌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 부담도 줄고 있다. 미국이 철강 파생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추진하면서도 변압기 등 일부 전력기기는 2027년까지 15% 한시 적용으로 사실상 제외했다. 일부 발주처는 관세를 직접 부담하면서까지 한국산 변압기를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배전변압기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8%로 1위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대부분의 관세 부담은 소액을 제외하고는 발주처에 전가하는 구조"라며 "영향이 있어봤자 몇백억원 수준으로 실적에 크게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은 단순히 수주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발주처가 공급자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시장"이라며 "북미 중심의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최소 수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구조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 각사의 공격적인 증설 이후 공급과잉 가능성, 그리고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주가 부담은 점검이 필요한 변수다.

    LS일렉트릭 주가는 지난해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27일 오후 기준 전일보다 12.36% 상승한 25만45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 역시 실적 발표 직후 급등하며 400만원선 돌파 기대가 커졌다. 효성중공업은 10.59% 오른 392만8000원, HD현대일렉트릭은 5.37% 오른 131만5000원에서 거래 중이다.

    증권가 역시 중장기적으로 매수 의견은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과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목표주가 컨센서스의 경우 효성중공업 363만3077원, HD현대일렉트릭 117만8000원, LS일렉트릭 20만9047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 LS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