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 20.8%로 상향…'강제 매도' 부담 덜었다
입력 2026.05.28 18:24

국내주식 목표비중 14.9%서 20.8%로 5.9%p 상향

리밸런싱 유예는 종료…목표비중 현실화로 초과분 흡수

실제 비중 이미 27% 웃돌 듯…매도 압력 완화 성격

장기 해외투자 확대 기조 속 국내 증시 급등에 속도조절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했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기존 목표와 허용범위를 크게 웃돌자, 목표비중 자체를 현실화해 기계적인 리밸런싱 매도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제5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은 향후 5년간 국민연금 기금의 목표수익률과 자산군별 목표비중을 정하는 핵심 운용 계획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했을 때 적용해온 리밸런싱 유예 조치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시적 유예를 이어가기보다 목표비중 자체를 끌어올려 실제 운용 비중과의 괴리를 줄이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이미 기존 목표치를 크게 벗어난 상태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395조1000억원으로 전체 기금의 24.5%를 차지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기존 목표비중 14.9%를 9.6%포인트 웃돌았다. 이후 코스피가 추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주식 비중은 27%를 넘어섰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상당 규모의 매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목표비중을 중심으로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두고 운용하지만,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범위를 넘어설 경우 원칙적으로 리밸런싱 부담이 발생한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대규모 매도는 시장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목표비중 상향은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기조를 공격적으로 바꿨다기보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이미 커진 국내주식 비중을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실제 상향된 목표비중 20.8%도 최근 실제 비중 추정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규 매수 여력이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당장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도 물량 부담을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리밸런싱 유예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기존 목표비중을 유지한 채 유예만 연장했다면 운용 원칙을 미루는 방식에 그칠 수 있었다. 반면 목표비중을 상향하고 유예를 종료한 것은 자산배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도, 리밸런싱 체계 자체는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중장기 자산배분 방향을 둘러싼 논란은 남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금 규모 확대와 국내시장 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을 유지해왔다. 이번 국내주식 목표비중 상향은 국내 증시 급등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지만, 장기 분산투자 기조에는 일정 부분 속도조절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국민연금발 매도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방산, 조선 등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연기금 리밸런싱 물량에 대한 경계감이 컸던 만큼, 이번 결정은 수급 측면에서 안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내주식 비중이 새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도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향후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경우 실제 비중과 목표비중 간 괴리가 다시 확대될 수 있고, 이 경우 리밸런싱 속도와 방식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더 사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이미 높아진 국내주식 비중을 시장 충격 없이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것이 맞다"며 "리밸런싱 유예를 종료하면서도 목표비중을 현실화한 만큼 당장의 매도 압력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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