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공제회 CIO 인선 러시…큰손 운용 사령탑 새 판 짜기
입력 2026.06.01 07:00

전범식 사학연금 CIO 수협행…사학연금 후임 공모 착수

노란우산·경찰공제회도 후임 절차…공백 해소 국면

KIC 차기 CIO 공모 돌입…국민연금 인선 변수도 대기

정책·해외·대체투자 겹치며 CIO 역할론 확장

  •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기금·공제회와 국부펀드 등 자본시장 '큰손'들의 운용 사령탑 인선이 잇따르고 있다. 전범식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이 수협중앙회로 이동하면서 사학연금은 후임 공모에 들어갔고,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과 경찰공제회도 새 CIO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한국투자공사(KIC)가 차기 CIO 공개모집에 착수하고,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을 앞두고 초대 CIO 인선까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기관투자가 운용 리더십 재편이 하반기 자본시장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번 인선 흐름은 단순한 임기 만료와 후임 선임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방향성과 해외 대체투자 회수 환경, 국내 증시 정책 기대, 전략산업 투자 수요가 동시에 맞물린 시점이기 때문이다. 연기금·공제회 CIO의 투자 성향에 따라 하반기 위탁운용사 선정, 대체투자 신규 약정, 주식·채권 자산배분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인선은 수협중앙회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전범식 전 사학연금 CIO를 신임 CIO로 영입했다. 전 CIO는 2023년부터 사학연금 자금운용을 이끌며 공적자금과 민간 금융투자 영역을 모두 경험한 운용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수협 입장에서는 금리 변동성과 대체투자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검증된 외부 CIO를 영입한 셈이다.

    전 CIO의 이동은 곧바로 사학연금 후임 인선으로 이어졌다. 사학연금은 5월 18일부터 6월 2일까지 신임 자금운용관리단장 지원서를 접수하고, 6월 중 서류·면접 전형을 거쳐 7월 중 임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약 3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사학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과 대체투자 관리 역량이 중요한 기관으로 꼽힌다. 전임 CIO의 운용 성과가 비교 기준으로 남아 있는 만큼 후임자는 수익률 방어와 포트폴리오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도 차기 CIO 인선에 들어갔다. 서원철 현 자산운용본부장이 6월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후임자를 공개 모집 중이다. 서류 접수는 6월 8일까지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자본 보존과 안정적 수익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만 운용자산이 30조원대로 커진 데다 국내외 주식·채권뿐 아니라 대체투자 비중 관리도 중요해지면서 후임 CIO의 운용 색깔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공제회는 장기 공석 해소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경찰공제회 CIO 자리는 2023년 10월 이후 2년 넘게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최근 금융이사 선임 절차에 착수했고, 지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공제회는 자산 규모가 다른 대형 연기금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CIO 공백이 이어진 만큼 새 CIO 선임 이후 신규 투자 집행과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유일 국부펀드인 KIC도 운용 사령탑 교체 절차에 들어갔다. KIC는 5월 28일부터 차기 투자운용부문 이사(CIO) 공개모집을 시작해 6월 11일까지 지원을 받는다. 이훈 현 CIO는 지난해 8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직무를 이어왔다. 

    KIC는 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글로벌 주식·채권은 물론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까지 총괄한다. 차기 CIO 인선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국부펀드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과 전략적 투자 확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연금도 잠재 변수로 남아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연장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인선 전까지 직무를 수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만큼 실제 후임 공모가 본격화할 경우 이번 CIO 인선 흐름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 해외투자 확대, 대체투자 집행, 의결권 행사 등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차기 CIO 인선은 단순 운용 성과뿐 아니라 독립성, 전문성, 정책과 시장 사이의 균형까지 함께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출범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도 관심사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6월 출범을 앞두고 초대 경영진 인선이 진행 중이다. 시장의 관심은 초대 CIO가 어떤 성격의 인물로 채워질지에 쏠려 있다. 

    기존 연기금·공제회 CIO가 자산배분과 위탁운용사 관리에 방점을 둔 자리였다면, 한미전략투자공사 CIO는 대미 전략투자와 경제안보, 산업정책, 해외 딜메이킹 역량이 함께 요구되는 자리로 평가된다. 인프라,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등 전략산업 투자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운용역보다는 정책형 투자 전문가에 가까운 성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서는 이번 인선 러시를 계기로 CIO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안정적 수익률 관리와 리스크 통제가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대체투자 회수 전략, 해외자산 환헤지, 국내 정책금융 연계, 전략산업 투자까지 CIO가 판단해야 할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공제회와 연기금은 출자사업을 통해 PE·VC·부동산·인프라 운용사들의 자금 조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 CIO의 성향에 따라 특정 자산군의 출자 속도나 운용사 선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업계가 인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공석이 길었던 기관일수록 새 CIO 선임 이후 변화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CIO 부재 기간에는 신규 투자가 보수적으로 운영되거나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새 운용 사령탑이 선임되면 미뤄졌던 출자사업이나 자산배분 조정이 재개될 수 있다. 경찰공제회처럼 후임 인선이 장기간 지연됐던 기관의 경우 후속 조직개편이나 투자전략 재정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인선 결과가 곧바로 공격적 투자 확대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해외 부동산 등 일부 대체투자 자산의 평가 부담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들은 수익률 제고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새 CIO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단순히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포트폴리오의 손실 가능성을 관리하면서 중장기 수익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대체투자 회수와 신규 출자, 국내외 자산배분이 모두 중요한 시점인 만큼 새 CIO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에 따라 하반기 운용업계의 자금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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